정부가 가스 자원을 온실가스 감축 가교로 활용한다. 자가소비용 직도입을 활성화하고 배관망 공동 사용도 허용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 친환경 가스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15년간 가스 수요전망과 도입전략, 설비계획 등을 담은 ‘제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수립, 공고했다. 기후변화 대응 능력 제고와 천연가스 신시장 창출을 위한 ‘천연가스 산업 발전전략’을 함께 내놓았다.
우선 정부는 일반용 가스 수요가 연평균 2.06%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부문은 2017년 상반기 미수금 회수 완료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로 산업, 냉난방, 연료전지 분야에서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발전부문은 연평균 4.17%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2020년 이후부터 신규 기저발전소가 대거 진입하는 게 큰 이유다. 다만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일부 기저발전 건설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면서 11차 계획보다는 발전 부문에서 가스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공급안정성을 기본으로 유연하고 적극적인 수급관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셰일가스 개발 동향에 맞춰 도입선과 도입가격 결정방식을 다변화한다. 도입국가 수는 현재 8개국에서 2029년 11개국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도입가격도 기존 유가연동 기준을 탈피, 가스허브지수 및 하이브리드 가격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도입물량은 2~3년 단위 주기적 계약시스템 구축과 중기·스폿계약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유연성을 갖춘다. 급격한 국제 가격변동에 대한 충격 최소화 차원이다. 도착지 제한조건이 없는 탄력물량 재판매, 스와핑, 감량권 및 옵션 행사 등 공급초과 상황에 대비한 수급관리 수단도 미리 확보한다.
국내 도시가스 인프라도 확대한다. 청양·산청·합천 3개 지역에 도시가스를 추가 공급하는 등 향후 15년간 공급인프라 건설에 약 7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19년까지 전국 16개 지자체에 도시가스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은 ‘LPG 저장탱크+배관망’ 방식의 가스공급 체계를 확대한다.
동북아 LNG 허브 구축 작업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저장탱크 10기 규모 저장시설을 건설해 가스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새롭게 건설되는 저장시설은 가스 공급 안정성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정책 강화, 저가 스팟물량 비축에 활용하고, 동북아 역내 저장수요 대응 등 국제적 활용도를 제고해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LNG 허브 인프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가스 수급계획을 토대로 한 ‘천연가스 산업 발전전략’도 함께 발표했다. 발전전략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가교로서 가스 활용도 제고와 관련 신시장 창출, 수출산업으로서 위상 제고 등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도착지 제한 조항 완화 등 도입조건을 개선하고 한중일 3국 협력체계를 통해 아시아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자가소비용 직수입 활성화, 배관망 비차별적 이용 허용, 약정물량제도 개선과 발전용 요금 합리화를 포함한 요금체계 개편도 검토하고 이다. 가격경쟁력 제고는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를 운영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13차 수급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신시장 창출을 위해 FLNG, LNG 벙커링, 연료전지, 수소 충전 인프라 등을 신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핵심기술과 기자재 국산화를 지원한다. 내년에는 도시가스 시스템 경쟁력 제고 5개년 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갈 예정이다.
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은 신기후체제에서 가스의 역할 비중 확대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산업계 석유와 발전업계 석탄 연료전환 수단으로 가스 역할이 제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으로 이어지는 최종 저탄소 체계를 갖추는 데까지 가스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만큼 가스를 제때 확보하는 일이다.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가스에 대한 도입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12차 계획에서 도입계약 유연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가스 공급 물량은 대부분 도착지가 한국으로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물량이 남으면 다른 국가 수출로 물량을 돌리거나 스와핑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신규 도입선을 확보하는 등 도입국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공급채널을 분산해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구매자 우위 시장상황을 활용한 선제적 협상을 진행하고, 가격조건도 다양화 하는 등 탄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에 대한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구매자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미국 사빈패스(Sabine Pass)는 정부의 가스 도입계약 유연성 전략 시작점이다. 2017년 사빈패스 도입 물량은 도착지 제한이 없어 공급초과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정부는 사빈패스 사례처럼 앞으로 도착지 제한 조항을 완화하거나 폐지해 수급 완충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도입선 다변화와 도착지 예외규정 등이 가스 도입물량 안정성을 위한 핵심”이라며 “스폿물량 활용 등 도착지 제한이 없는 물량을 확대해 가스 도입조건을 유연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천연가스 수요 추이(단위: 천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장기 천연가스 수요전망 (단위: 천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