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커피 전문점이 들어선다. 쇼핑몰이 아니다. 최근 복합공간으로 변신이 한창인 주유소 얘기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인 데 임대 수익은 물론이고 주유 매출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얻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가 ‘복합주유소’ 전략을 강화한다. 복합주유소는 설계단계부터 패스트푸드, 편의점과 같은 유통 소매점 입점을 고려해 개발한 신개념 주유소다.
현대오일뱅크는 고양시 화정동에 복합주유소 1호점 현대셀프 화정점을 오픈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근지역 유동인구와 차량 동선 등을 고려, 6개월간 상권 분석 끝에 패스트푸드점과 결합한 복합주유소로 오픈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입점한 인천 싸이클주유소와 안양 신안주유소가 있지만 설계 단계부터 복합 주유소를 콘셉트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오픈 예정인 현대셀프 울산점, 호남제일주유소 등 지역별 상권에 적합한 시설을 갖춘 복합주유소 투자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만성적 주유소업계 경영난 속에서 복합주유소는 기름 외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복합주유소 개발이 가능한 직영주유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적극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메이저 패스트푸드, 커피 전문점과 결합한 주유소를 65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주유소 생존을 위해 다른 업종을 유치하는 복합주유소 전략을 가장 먼저 구사했다. 최근엔 편의점, 패스트푸드 매장을 접목한 1단계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건물 증축을 통해 사무실, 매장을 임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강화했다.
지난해 6월 영등포구 양평동에 문을 연 양평주유소가 대표적이다. 1, 2층엔 맥도날드, 패션 아울렛, 피자스토어가 입점했다. 3~5층은 일반 사무실로 임대 중이다. 임대 수익은 월 1억원에 육박한다. 이전 양평주유소 월수익은 1000만원 남짓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복합화 모델을 개발해 전국 4000여개 SK 주유소 전체를 새 단장한다는 목표다.
정유업계가 복합주유소 투자를 늘리는 것은 시장이 수년째 포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2010년 1만3000개까지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1만2200여개로 소폭 감소했다.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적정 개수는 최대 9000여개다.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복합 주유소는 임대 수익과 더불어 기름 판매량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양평주유소는 기름 판매량이 복합화 이전 대비 100%, 부산 형제주유소는 130%가량 늘었다. 평균 30% 이상 기름 판매량이 늘었다. 임대 수익으로 월 평균 1000만원 추가이익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 식사를 하러왔다 주유를 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임대사업도 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특별하다는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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