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음악 스트리밍 시대 `No Music, No Money`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다는 1971년생이다. ‘응답하라 1988’ 덕선과 동갑이다. 덕선이네 부모님도 필자 부모님과 같은 1944년생이다. 그때 살던 동네까지 쌍문동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응답하라 1988’을 볼 때마다 이건 완전히 내 얘기라는 착각에 빠진다.

[기고]디지털음악 스트리밍 시대 `No Music, No Money`

‘응팔’을 보면 밤에 책상에 앉아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사연을 보낸 친구끼리 라디오 앞에 앉아서 함께 듣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매회 나오는 노래 하나하나가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접근성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높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커피 한잔 값이면 한달 내내 마음 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음악 접근성이 떨어진 것처럼 느낀다면 필자 혼자만의 착각일까.

수백만곡을 자랑한다는 음악서비스 선전 문구는 공허한 외침이 되기 쉽다. 음악 소비자가 들을 노래가 없어서 음악 접근성이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음악이 너무 많기 때문에 무슨 노래를 들을지 모르고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어려워하는 ‘게으른 청취자’가 됐다.

세계적으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청취 환경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하는 곡을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는 온디맨드 시대에 ‘쌍팔년도’ 라디오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는 건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의장으로 있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동한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면서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뀌는 디지털음악 산업 변화를 강조한다. 디지털음악 소비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스트리밍을 월정액 스트리밍과 광고 기반 스트리밍으로 구분하고 두 카테고리가 각각 39%씩 동반 성장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월간 청취자 8000만명을 자랑하는 미국 판도라 라디오는 유럽에서 탄생한 스포티파이와 함께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대표주자다. 지난 12월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판도라 라디오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검색, 지메일 등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앱 8위에 올랐다. 10대와 2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는 인스타그램이 판도라 라디오에 이어 9위를 차지했고 애플 뮤직은 11위에 그쳤다.

스트리밍 라디오에 관한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비트패킹컴퍼니가 2014년 3월 국내 최초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고 20개월 만에 600만 회원을 돌파하는 동안 다른 벤처기업도 헤이비, 앙코르 같은 특색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2016년 1월 예상대로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에 광고 기반 스트리밍 조항이 신설되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 뛰어든다면 국내 음악시장은 지난 수년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확장을 경험할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가장 큰 벽에는 사훈처럼 ‘No Music, No Money’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이 돈에는 음악 소비자가 다달이 내는 이용료뿐만 아니라 음악 청취자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기꺼이 지불하는 광고비도 포함된다. 월정액 상품에 가입해서 창작자와 음반사에 수익을 안겨주는 청취자뿐만 아니라 1980년대 라디오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며 광고를 듣는 스마트폰 사용자도 음악시장은 끌어안아야 한다.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아 음악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했던 ‘쌍팔년도’를 그리워하면 필자가 너무 늙었다는 증거일까. 새해에는 아이돌만 있고 대중은 보이지 않는 ‘대중음악’이 아니라 대중이 즐기는 ‘대중음악’ 시대, 새로운 라디오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원한다.

이주형 비트패킹컴퍼니 본부장 (walt@beatpacking.com)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