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법정에 선 IP〉〈10〉산토리, "거북 등껍질을 사수하라"

‘거북 등껍질 모양을 음각으로 새긴 네모난 병’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 위스키 병 모습입니다. 전용잔도 있으니 병 모양만 보고도 산토리 제품으로 알아보는 소비자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위스키 병 모양, 즉 ‘입체형상’은 상표등록이 가능할까요?

산토리는 지난 1997년 위스키 병 ‘입체형상’ 상표등록을 시도합니다. 산토리가 해당 입체형상을 1937년부터 60년간 사용했으니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식별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산토리가 상표권을 가져가면 경쟁업체는 같은 모양의 병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 특허청은 산토리 요청을 거절합니다. 각진 병 모양 자체는 흔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디자인이 흔치 않아도 용기 형상 자체에 식별력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일본 특허청은 판단했습니다.

[IP노믹스]〈법정에 선 IP〉〈10〉산토리, "거북 등껍질을 사수하라"

산토리는 특허청에 불복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산토리가 등록 신청한 형상을 위스키 병에 사용한 경쟁업체가 없고 자사가 오랫동안 사용해 ‘특별현저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 200명이 참여한 보고서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소비자가 식별력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믿은 것이죠.

하지만 특허청 심결도 산토리 편은 아니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산토리는 법원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법원도 상표 등록은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산토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체형상을 사용한 제품이 일본 내에 없어도 지정상품(위스키 병)이 형상을 사용한 것만으로는 특정업체가 상표를 독점할 수는 없다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공익에 위반된다는 겁니다. 법원은 사용에 따른 식별력은 △상표와 상품 △사용시기와 지역 △판매량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출원상표 사용으로 수요자가 상품 출처를 인식하는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체가 사용한 상표와 상품은 출원상표와 지정상품과 동일해야 한다고 법원은 덧붙입니다. 산토리 위스키 병 앞면과 옆면, 뒷면에는 모두 노란색 라벨이 부착돼 출원상표인 입체형상과는 차이가 있어 라벨을 포함한 전체 구성에서 식별력이 적다고 본 것이죠.

마지막으로 산토리가 제출한 앙케트 조사 허점도 꼬집었습니다. 여성도 위스키를 소비하는데 해당 앙케트는 남성만 상대로 진행했습니다. 법원은 앙케트 대상자 중 26%가 해당 입체형상을 보고도 산토리를 떠올리지 않아서 수요자가 상품 구입 시 입체형상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사점은 간단합니다. 상품과 용기 입체형상이 상표등록을 받으려면 특정 형상에서 지정상품 연상이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입체형상이나 식별력 있는 문자와 도형 등을 결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체형상을 사용하는 경쟁자를 만나면 상표법보다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디자인보호법 적용이 유리하다고 법조계는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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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이기종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