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관련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TV와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기사를 자세히 보면 눈에 띄는 조직이 있다. 바로 산업혁신기구(INCJ)다.
산업혁신기구는 일본 민관합작펀드다. 히다찌, 소니, 도시바 액정 사업을 통합해 만들어진 재팬디스플레이(JDI) 주식 35%를 보유한 대주주기도 하다.
회사를 쪼개고 인수하는 것 모두 산업혁신기구가 결정한다. 최근 구조조정 중인 샤프 LCD사업 인수 방침을 굳힌 것도 산업혁신기구다. 산업혁신기구가 샤프 액정사업을 인수하면 삼성과 LG전자에 대응하는 일본 연합군이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현지 언론은 풀이했다.
삼성과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시장을 빼앗기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JOLED’가 첫 모델이다. JOLED는 소니와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 산업혁신기구가 공동 출자했다.
사실 기업 연합군 창설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회사별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산업혁신기구는 사실상 일본 정부로 보는 게 맞다. 최근 일본 전자업계 구조조정에 정부 입김이 들어갔다고 보는 이유다. 감독관청인 경제산업성도 샤프 LCD 부문이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단독 생존은 어렵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 계획이나 추진도 정부 몫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샤프 LCD 사업 분사 방안을 놓고 미즈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머리를 맞댄다. LCD 사업을 떼어 새 회사를 만들고 산업혁신기구가 직접 출자하는 방식일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산업혁신기구를 움직이는 것은 ‘산업경쟁력강화법’이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제정했다. 구조조정을 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특정 산업에서 자국 기업 간 제 살 깎기 경쟁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이 법은 구조조정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공헌했다.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경영방침을 바꾸는 명분이 됐다. 정부는 회사별로 가진 과잉설비와 산업 정보를 대외에 알리는 방식으로 돕는다.
아베 정권 들어 민관 협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업 구조조정도 아베노믹스 아래서 움직인다. 실제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추락했던 기업 경쟁력이 아베 정권 3년 만에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남은 기간 회복 속도에 일본 전자업계 생존이 달려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