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소재기술센터가 장비와 예산 부족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세라믹 소재 시험분석을 의뢰하면 시료가 부천과 진주를 오가는 비효율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수도권 세라믹 기업을 지원하는 센터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 소재 한국세라믹기술원 세라믹소재기술센터 장비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세라믹 소재 시험분석 장비는 크게 화학적 분석 장비와 물리적 분석 장비로 나뉜다. 센터는 화학적 분석 장비만 갖췄다. 열적 특성, 전기적 특성 등 물리 분석을 수행하려면 시료를 진주로 보내야 한다.
센터는 세라믹기술원이 지난 4월 진주로 이전하며 설립됐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 정책에 따라 본원이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기업 지원 허브는 남긴다는 취지였다. 중소기업 기술 컨설팅, 연구·개발 지원, 세라믹 소재 시험분석 평가·인증 업무를 맡았다. 부천시가 부천테크노파크 1269㎡ 공간을 유상 제공해 7월 설립됐다.
기업 수요가 가장 높은 업무는 세라믹 소재 시험분석이다. 고가 장비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시험분석을 의뢰하면 센터 장비로 대행한다. 문제는 본원과 센터 간 역할이 분리되면서 기업 지원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부천 센터는 화학 특성, 진주 본원은 물리 특성을 각각 분석한다. 부천센터에 분석을 의뢰해도 두세 군데 시설을 거쳐 성적서가 발급된다.
내년 장비 구입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 엇박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세라믹기술원이 확보한 기반구축사업 예산이 있지만 센터 장비 구입에는 쓰지 못한다. 센터 지위가 지방 이전을 조건으로 한 수도권 ‘연락사무소’인 만큼, 이 돈으로 장비를 확충하면 사업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세라믹기술원도 균형 발전과 기업 지원, 연구개발과 시험 대행 사이에서 역할 갈등을 겪는다. 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해 이전을 적극 추진했지만 수도권 수요가 많은 기업 지원 기능이 약화됐다. 연구기관 본연 업무와 시험분석 대행 사이 균형도 맞춰야 한다.
세라믹기술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시험분석은 중요한 업무지만 현재 체계에서 불편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년 본원 예산 중 4억원가량을 센터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