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방송통신은 희망과 기대보다 복잡함과 불투명이 관통하는 해일 가능성이 높다. 유선통신 역성장, 무선통신 성장 지체, 유료방송 시장경쟁 격화 등 악재가 수년째 지속되는 등 기존 전략 한계는 분명하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수월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새해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SK브로드밴드와 합병이라는 방송통신 시장 ‘빅뱅’이 예정돼 있다.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 지 가름하기 쉽지 않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케이블TV 1위 기업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과 방송 간 융합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연합에 맞서기 위한 이동통신사·케이블TV 간 합종연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1분기 인가 여부를 확정한다. SK텔레콤·CJ헬로비전을 제외한 이통사·케이블TV 사업자가 독자 생존 혹은 합종연횡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는 경쟁 제한과 독과점을 우려하며 정부가 인수를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승인되면, 인수합병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인수를 시작으로 방송통신 이종사업자 간 이합집산이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종사업자 간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장 구도에 부합하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1세대 뉴미디어 케이블TV(CJ헬로비전)와 2세대 뉴미디어 IPTV(SK브로드밴드) 간 물리적 결합은 뉴미디어 주도권 경쟁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가 이뤄질 공산이 큰 만큼 케이블TV 실제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와 비교해 절대 열세인 결합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절실하다. 2.1㎓ 대역 20㎒을 포함한 광대역 주파수 할당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경매뿐 아니라 2.1㎓ 대역 재할당 대가도 결정돼 이통사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제도, 결합상품 등으로 이통사 매출과 영업 이익은 물론 수익 척도인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통사에 부담을 늘리는 건 신규 투자 혹은 요금인하 여력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재와 미래를 두루 감안한 합리적 주파수 경매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새해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미디어 플랫폼 주도권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행보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개선도 관심이다. 이통사 현상경품 지급 허용과 카드사 연계 단말 할인이 시행 예정이다. 자칫 우회 지원금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우선이다. 지난해 11월 이통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지속적 성장세를 기록한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절감 이슈와 맞물려 새해에도 저변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장비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저가폰이 주류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 기업의 성공 사례가 구체화된 만큼 파상 공세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LG전자의 G5 등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안착 여부, 중저가폰과 맞대결 결과도 주목된다. 스마트 밴드와 스마트 워치를 중심으로 웨어러블 기기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