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마이너리티리포트’에 등장하는 최첨단 소재기술은 이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고효율 플라스틱 태양전지 기술은 대한민국이 세계 정상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을 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태양전지 세계적 권위자다.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팠다. 이 교수는 지금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플라스틱 태양전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산업 핵심으로 알려진 태양전지는 휴먼인터페이스를 비롯해 스마트가전, 바이오, 국방, 의료, 우주산업 등 타산업과 접목이 용이하다. 구겨져도 부러지지 않고 가볍기 때문에 휴대성이 용이하다. 창문이나 자동차, 화분 등 다양한 분야에 결합이 가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이유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종이처럼 구기거나 1000번 이상 접어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유연한(flexible) 투명전극을 개발했다. 투명전극은 각종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의 핵심 부품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계적 유연성은 물론이고 광학적, 전기적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유연한 투명전극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얇은 금속 박막을 만들고 반사방지 코팅 방식으로 상용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유연한 투명전극을 만들었다. 이 투명전극은 광투과도 95% 이상, 면저항 10Ω/sq 이하로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1000번 이상 반복해서 굽히거나 종이처럼 구겨져도 전극 성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전기가 통하는 순수금속 특성의 플라스틱’을 개발해 네이처(Nature)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단일구조의 태양전지를 두 층으로 쌓은 적층형 태양전지’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달에는 ‘영국의 MIT’로 불리는 임페리얼 대학과 플라스틱 일렉트로닉스 R&D센터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세계 톱 10 수준 임페리얼대학이 국내 대학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GIST 연구역량과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 문승현 GIST총장과 임페리얼대학을 방문해 플라스틱 태양전지 공동연구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도 교환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유연한 투명전극은 산업계 요구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저렴하고 간단한 공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면적화,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며 “착용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태양전지는 웨어러블 컴퓨터, 투명 디스플레이, 부착형 센서, 투명 안테나,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것”이라며 “지속적 연구개발과 맞춤형 기업지원프로그램을 구축하는 한편 기술이전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