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산업 최일선을 가다]<2>독일 인더스트리4.0 현장/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캐져콤푸레셔

독일 중부 바이에른주(州) 코부르크시(市). 인구 5만명 규모 작은 도시다. 독일 인더스트리4.0 기반 제조 혁신 현장이 있다. 세계적 공기압축기(컴프레서) 생산업체인 캐져콤푸레셔 생산 공장이 주인공이다. 인더스트리4.0을 적용해 정체된 제조산업 한계를 벗어나 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한 최일선을 찾았다.

독일 경제·금융 중심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세 시간을 이동하면 코부르크가 나온다. 전통 독일식 가옥이 그림처럼 펼쳐진 도시를 지나면 딱딱한 대규모 공장이 나타난다. 캐져콤푸레셔 본사 공장이다. 넓은 부지에 마련된 코부르크 공장에서는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컴프레서를 생산한다.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 외부 모습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 외부 모습

코부르크 본사에는 광활한 대지에 다양한 조립 공장이 펼쳐져 있다. 상당 규모 물량을 생산, 공기압축기를 공급하는 이곳에서 트럭에 장비를 싣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캐져콤푸레셔는 1919년 설립 당시 자동차 수리부품 제조회사였다. 지금은 다양한 컴프레서를 생산한다. 높은 품질로 급성장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 들어 성장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컴프레서 공급이 한계에 이르렀다. 다양한 제품을 개발, 공급하지만 공기압축기 적용 현장이 무한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컸다. 컴프레서 공급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 내에 놓여져 있는 콤푸레셔 장비.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 내에 놓여져 있는 콤푸레셔 장비.

그 당시 독일 정부는 정체된 제조업을 부흥시키고자 인더스트리4.0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했다. 인더스트리4.0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정보교환이 가능한 자동생산체계를 구축,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다.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제조업 3차 혁명에 이어 사이버물리시스템을 적용한 4차 혁명인 셈이다.

캐져콤푸레셔는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산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 생산관리시스템(MES) 등 정보시스템도 구축했다. 생산 속도를 높이고 관리를 체계화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팔코 라메타 캐져콤푸레셔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생산자동화시스템 등으로부터 산출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생산자동화시스템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산출된 데이터는 상당수 흘려버렸다”고 말했다.

생산자동화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기로 했다. 또 다시 문제에 봉착했다. 생산자동화시스템, 관리시스템 등이 모두 제각각 구축돼 데이터 형태도 제각각이다.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했다. 라메타 CIO는 “캐져콤푸레셔도 인더스트리4.0을 도입하면서 하나씩 문제를 알고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에서 직원이 장비에 내장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캐져 콤푸레셔 코부르크 공장에서 직원이 장비에 내장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선택한 해결 방안은 시스템으로부터 산출된 데이터를 공유하는 중개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은 중개시스템과 연결돼 상호 호환이 가능한 데이터로 변화한다. 표준화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분석했다. SAP HANA 시스템이 적용됐다.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새로운 사업이 보였다. 데이터 분석으로 한계에 봉착한 제조업 현실을 극복할 해법을 찾았다. 바로 서비스다. 라메타 CIO는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데이터 분석으로 그 해법을 찾았다”며 “장비 유지보수가 언제 필요한지 사전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컴프레서에 들어가는 부품 교체 시기와 에어시스템 장애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운영 데이터나 장비에 부착된 센서 기반 데이터를 분석하면 가능하다.

캐져콤푸레셔는 인더스트리4.0 적용을 중장기 프로젝트로 인식한다. 단순히 일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끝이 아니다. 지속적 데이터 관리와 활용이 요구된다. 인더스트리4.0으로 제조업 혁신은 무궁무진하다.

라메타 CIO는 제조업 혁신 3.0으로 인더스트리4.0과 유사한 정책을 펼치는 한국 제조기업에 충고한다.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인더스트리4.0은 제조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먼저 인프라를 강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코부르크(독일)=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캐져콤푸레셔=1919년 자동차 엔진과 기어 수리를 포함한 자동차 산업 수리부품회사로 설립됐다. 왕복동식 컴프레서 생산과 스크류 컴프레서 생산에 주력, 높음 품질로 급성장했다. 유럽·북미·아시아 등 40개 국가에 지사와 대리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 운영한다. 2014년 기준 매출액 4억4000만달러(약 5130억원), 직원 수 45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