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데이터로 똑똑해지는 전기차

국내외 전기차산업이 빅테이터와 만나 사용 확대는 물론 후방산업 촉진 기회를 맞을 전망이다. 전기차의 효율적 주행 성능을 유도할 뿐 아니라 안전성·편리성 향상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충전인프라 부족의 단점 극복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전기차업계도 새해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한다. 제주도는 전기차와 연계된 충전인프라나 전력망 등 각종 정보를 수집·가공해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전기차 데이터분석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산업부도 민간시장 창출 위한 각종 지원책을 가동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충전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전력시장에서 전기차 관련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로 똑똑해지는 전기차

전기차와 빅데이터의 만남은 물리적 주행거리 향상이나 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보다는 운전 효율성과 안전성, 이용 편리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보유자 운전 습관과 차량 상태 정보를 텔레메틱스(차량-자동차회사 간 통신)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수집하고 있다.

이후 GM 디트로이트 공장 데이터 전문가가 정보를 분석, 차기 모델의 적정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고 전반적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에 활용한다. 이 결과 GM은 자사 전기차 모델 ‘쉐보레 볼트(VOLT)’의 주행성능과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오는 2017년 순수전기차 ‘볼트(BOLT)’를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혼다 역시 전기차의 운행정보 데이터를 수집해 IBM, 캘리포니아 가스전력공사와 함께 전기차 충전 대기시간과 비용부담을 덜 수 있는 전력망 구축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 진화에도 이용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빅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로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 초기시장이라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한 셈이다. 볼보는 자동차에 탑재한 센서를 통해 다양한 차량 결함 정보와 운전자 요구사항을 수집, 생산 과정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결함을 찾는데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빅데이터를 전기차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한 전기차 제조사는 빅데이터로 전기차 이용자의 다양한 변화와 운전패턴을 수집·분석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제주도도 운전자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전기차 데이터분석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보험상품이나 노후차량 보상 기준을 제공한다. KT도 원거리에 있는 충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제공하고 앞으로 모든 전기차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커넥티드카’를 실현해 배터리 관리와 충전위치 알림부터 차량 운행 관리, 이상 진단, 장애 관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더욱 가까워진 전기차 충전인프라

빅데이터가 전기차 충전인프라 부족문제를 크게 덜어 줄 전망이다. 또 국가 전력 수요·공급책과 연계하면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 운영에 따른 데이터 분석연구와 함께 관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하게 전기차 충전소 안내뿐 아니라 충전 스케줄에 따른 사용 유무나 충전기 케이블 호환성 등을 실시간 안내한다. 또한 자신의 차량에 필요한 충전량과 충전시간을 알려줌으로써 시간과 비용 단축에 효과적이다.

업계는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기반으로 분산발전원 관리를 위한 ICT기반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가 단순하게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ESS로 사용되면서 가깝게는 가정용부터 집단으로 전기를 모으면 국가 전력망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ICT기반 차량과 다른 차량 또는 충전기 간 대규모 네트워크화는 V2H(Vehicle to Home)·V2B(Vehicle to Building)·V2G(Vehicle to Grid)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청은 새해 ‘제주그린 특수목접법인(SPC·가칭)’을 설립한다. 풍력 등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차뿐 아니라 마이크로그리드와 스마트그리드를 아우르는 신전력에너지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적에서다. SPC에는 LG그룹과 한국전력 등이 참여해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전기차와 가정, 상업시설 등 전력망 첨단화를 실현하고 완성된 사업모델은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력이 더 이상 단순히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인프라 등 새로운 이용 모델에 따라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전기택시, 전기렌터카, 셰어링 전기차 사업모델 확대에 따라 충전소가 많이 필요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적 분산을 시킨다면 충전소 구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