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이 고객 자산으로 주가를 조종하고 그 대가로 뒷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돈을 받고 주식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경법상 알선수재 등)로 서모 펀드매니저 등 8명을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말부터 2012년 중반까지 시세조종 세력의 의뢰를 받고 고객 펀드계좌를 이용해 디지텍시스템스 등 상장사 2곳의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 박모씨는 펀드 계좌에 특정 회사를 편입시켜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이들에게 주식매수를 의뢰한 시세조종꾼 박모씨는 불구속기소됐다.
모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인 서씨는 2011년 말 시세조종 세력으로부터 3억5000만여원을 받은 다음 다른 회사 펀드매니저 2명에게 고객 펀드계좌로 40억원가량의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서씨는 2012년 4월에는 모 회사 임원으로부터 13억원을 받고 후배 펀드매니저와 함께 자사 고객 계좌를 이용해 이 회사 주식 약 120억원어치를 매수했고, 다른 회사 펀드매니저 4명에게 돈을 건네고 이 회사 주식 150억원 상당을 매수하게 했다.
애널리스트 박씨에게는 펀드 계좌에 이 회사 종목을 편입시키도록 했다.
이 회사는 대표이사가 횡령, 배임 등으로 구속 수감돼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이들이 돈을 전달한 방식은 대담했다. 주로 공원이나 도로, 커피숍 등 공개된 장소에서 거액의 현금을 쇼핑백에 나눠 주고받았다.
이들은 받은 돈을 수천만원대 명품시계를 사거나 여행 경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손해를 본 것은 펀드매니저를 믿었던 고객들로 작전세력으로부터 정보전달이 제대로 안돼 적절한 시점에 매도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4개의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고객 계좌에서 총 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객 투자금을 관리·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뒷돈을 받고 거래를 한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