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내용을 둘러싸고 진위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수소폭탄은 통상 원자폭탄 100배나 되는 위력을 갖고 있는데다 수소탄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중수소를 가운데 놓고 소형 원자탄 10여개 정도를 주위에 놓아 터뜨려야만 핵융합을 일으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이 기폭장치를 따로 만들지 못했다면, 원자폭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지진 4.8(TNT 6.0킬로톤) 정도로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계산을 해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원자탄 소형화에 완벽하게 성공 했거나 특수한 기폭장치를 완성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수소폭탄 실험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분석해봐야 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과 달리 수소와 같이 가벼운 핵들이 서로 결합해 헬륨(4He)과 같은 좀 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형성하는 물리현상이다.
핵융합 때도 핵분열처럼 질량결손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태양 자체를 대표적인 핵융합 반응으로 보면 된다.
반면에 원자탄으로 불리는 핵분열 반응은 우라늄(235U) 같은 무거운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중성자와 세슘(137Cs)등과 같이 가벼운 원소가 핵과 중성자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없어진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변환공식(E=mc2)에 따라 방출되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로 분출된다.
이 핵분열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게 되면 원자폭탄이 되고,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해 발전에 응용하는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우라늄-235의 1㎏이 핵분열을 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200억㎉ 정도인 반면에 수소 1㎏이 핵융합을 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통상 1500억㎉ 정도된다. 기본적으로 7배 이상 에너지 차이가 난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 양자공학과 학과장은 “수소탄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기폭작용을 하는 원자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폭발력이 강화돼 나타난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대략 원자탄 위력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학과장은 “지진강도가 5.0이라고 해서 수소탄이다, 아니다 단정짓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단정해 볼 필요는 없고, 먼저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학과장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난리법석을 떨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왜 하필 실험이 이 시기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북한이 보유한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것과 비슷한 10~20㏏(TNT 1만~2만t)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