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법정에 선 IP><11>로레알 향수, 이름 `값`만 빌려도 상표 침해

상표명과 로고가 전혀 다른 두 향수 업체 ‘로레알’(L`Oreal)과 ‘벨루어’(Bellure). 언뜻 봐선 상표권 침해는 고사하고 연관성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벨루어는 자사 제품 광고에 로레알 향수 상표를 함께 명시해 2009년 상표권 침해 판결을 받았습니다.

로레알 社 유명 향수 `미라클`(Miracle)
로레알 社 유명 향수 `미라클`(Miracle)

로레알은 △뜨레졸(Tresor) △미라클(Miracle) △노아(Noa) 등 유명 향수 상표를 다수 보유한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입니다.

소규모 벨기에 향수 업체 벨루어는 로레알 향수와 향이 비슷한 상품을 대거 출시합니다. 향수 상표는 △핑크 원더(Pink Wonder) △나이스 플라워(Nice Flower) 등 로레알과 무관한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제품 포장만 로레알 향수와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했습니다. 저가 아류작 냄새만 풍긴 격입니다.

여기까진 상표 침해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벨루어는 자사 향수 광고에 각 상품에 대응되는 로레알 향수 상표 비교목록을 표시합니다. 아류작을 자청하고 유명 상표 명성에 편승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로레알은 2006년, 벨루어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유사한 상표 사용뿐 아니라 비교 광고로 오인을 유발해 상표권 침해라는 주장입니다.

벨루어는 혼동 가능성이 없다며 발뺌, 비교 광고도 합법적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대응합니다.

유럽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비교 광고는 △같은 용도 상품간 비교 △가격 등 검증된 특징 객관적 비교 △타인 상표 저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을 것 △모방품·복제품이라고 소개하지 않을 것 △수요자에 혼동을 초래하지 않을 것 등 조건을 충족하면 허용됩니다.

영국 제1심법원은 이 지침에 따라 벨루어 비교 광고가 로레알 명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건 맞지만 상표권 침해는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비교 광고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레알 항소에 영국 항소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벨루어 향수 상표 자체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비교 광고가 상표권 침해인지 판결을 보류, 유럽사법재판소에 판결을 구합니다.

비교 광고를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유럽사법재판소는 2009년, 벨루어 비교 광고가 상표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상표 간 혼동 가능성이 적더라도 비교 광고를 통해 ‘명성에 편승하려는 행위’ 자체가 침해라고 본 겁니다. 상표권 보호 차원에서 상표권을 보다 두텁게 인정한 결과입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름이 아니라 이름 ‘값’만 빌리는 행위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함을 밝혔습니다. 앞으론 상표를 직접 침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 명성에 기대려는 행위도 경계해야 겠습니다.

*위 내용은 특허청 발간 ‘지재권 핵심판례 100선’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