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가 오실로스코프 시장 1위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신제품 공세를 이어가며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오실로스코프는 가장 전통적인 계측장비로 이미 시장이 포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키사이트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순위변동이 촉발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키사이트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오실로스코프 시장에서 연 평균 7%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오실로스코프 시장 성장률은 1%에 불과했다. 시장 평균보다 일곱 배 높은 성장을 이룬 셈이다. 2015년 역시 비슷한 성장 추이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키사이트는 그동안 스펙트럼 애널라이저, 임의파형발생기 등 다른 계측장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실로스코프 시장 지배력이 약했다. 경쟁사인 텍트로닉스가 전통적인 강자였다. 키사이트 성장이 가속화되면 시장 구도가 바뀔 수 있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반은 오실로스코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으로 키사이트를 꼽았다. 최근 5년간 성장세를 근거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시장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제품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요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키사이트는 최근 2년간 오실로스코프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했다. 고속 데이터 전송 검증, 고대역폭 파형 측정 등 고성능 장비가 성장을 이끌었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평균 4개월에 한번 꼴로 신제품을 발표했다. 제품 사용주기가 수 년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출시 전략이다.
오실로스코프는 가장 전통적인 계측장비로 꼽힌다. 시간대별 파형을 측정하는 장비로, 전자업계 기본 장비로 도입돼왔다. 그만큼 시장이 포화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키사이트 성장은 시장 전체 파이 확대보다는 경쟁 우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휴대형부터 탁상형, 범용부터 고성능 장비까지 넓은 제품군을 갖췄다. 고대역폭 통신·전송 기술, LPDDR4 BUS 등 최신 기술 트렌드와 신제품이 부합했다. 한국에서도 2014년과 2015년 고성능 장비 ‘인피니엄’ 시리즈가 판매를 주도했다.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코리아 관계자는 “오실로스코프 시장에서 빠른 성장은 꾸준한 신제품 출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성능·고가 제품인 인피니엄 V, Z시리즈가 시장에서 독보적인 제품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