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밴(VAN)사 간 ‘전표 수거료’ 논란이 한창이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하면 전표가 발생한다. 이 전표는 카드 부정사용 여부를 판별해주는 아주 중요한 상거래 증표다. 그동안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전표 수거와 저장 업무를 대행했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최근 삼성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가 등장하면서 전표 수거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문인증 등 사전 본인 확인이 이뤄지기 때문에 카드 부정사용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전표 수거가 필요 없다. 신용카드사가 전표 수거료를 더 이상 지급할 수 없다고 나선 이유다.
반면에 밴사는 수십 년 간 해왔던 고유 업무이며 전표 수거는 밴사 통합 대행 업무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따로 떼어내 대행료를 없애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간편결제에 전표 수거 업무가 불필요하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신용거래 처리 프로세스에서 전표 수거 수수료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종이 형태 전표만 발생하지 않을 뿐 모든 결제는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주장이다.
논리적으로 신용카드사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밴사도 한발 물러서 수수료 재협상 논의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30%에 가까운 수익을 한 번에 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밴사는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 불량 여부 판단을 비롯해 카드회원 신용조회, 카드결제 승인 업무를 대행한다. 신용카드사는 밴사와 협조해 회원 서비스를 향상하고 인건비 절감효과를 누려왔다. 국내 신용카드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 것도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밴 사업자 역할이 크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