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계약 사실상 확정…최대 9조원 설비투자

이르면 1분기 말부터 발주…최대 9조원 설비투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9조원대 설비투자가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 패널 공급 계약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TPS LCD에서 플렉시블 OLED로 바뀌는 애플 아이폰용 패널 공급 시장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1차 공급사가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기존 설비 증설용 투자 규모를 확정하고, 이르면 1분기 말부터 발주한다. 투자규모는 올해 최소 월 3만장에서 최대 4만5000장으로 전해졌다. 내년에도 월 4만5000장 규모로 추가 투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계약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약 3조~4조원 규모 설비 투자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4만5000장 규모 설비를 추가하면 총 8조~9조원 안팎 투자를 집행한다.

애플용 설비 외에 갤럭시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을 위한 설비로 월 1만5000장 규모를 추가 증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투자는 1조원 이상 더 늘어나게 된다.

삼성과 애플 계약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기업 AP시스템과 검사장비 기업 HB테크놀로지가 가장 먼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AP시스템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로 올라선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이다. OLED 관련 장비가 매출 90%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 특화됐다. 플렉시블 OLED 공정에서 유리기판 위에 폴리이미드(PI) 용액을 코팅해 필름을 형성한 뒤 유리기판을 떼어낼 때 사용하는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를 세계서 유일하게 공급한다. OLED 공정에서 레이저로 저온폴리실리콘(LTPS) 결정을 만드는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LTPS OLED 패널에서 유기물을 보호막을 형성하는 봉지장비도 공급한다.

AP시스템은 지난 12일 오후 제조장비 공급계약에 대한 이른바 ‘백지 공시’를 했다.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으로 오는 3월 30일까지 계약 금액과 계약 대상을 모두 밝히지 않는다는 공시다. 계약 만료 시점은 8월 15일이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으로 둔 AP시스템이 애플용 플렉시블 OLED 공급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에도 납품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굳이 백지 공시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 관련 계약은 영업비밀 보호 요청 때문에 공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공급 규모를 쪼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AP시스템 LLO와 ELA 장비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굳이 백지 공시를 낼 정도로 서두른 것 같다”고 풀이했다.

AP시스템 2014년 매출은 1750억원이다. 연간 매출 10% 이상 규모의 수주일 때 공시 대상임을 감안하면 최소 170억원 이상 사업을 수주한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장비를 선점하기 위해 최근 일본 도키 증착장비와 캐논 노광장비를 대량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비슷한 시각에 검사장비 기업 HB테크놀러지도 유사한 공시를 했다. 394억원으로 매출의 29.55%에 달하는 사업을 수주했으나 고객사 요청으로 3월 30일까지 계약대상자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계약 종료일은 7월 30일이다.

업계는 애플발 OLED 투자가 이르면 1분기부터 집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까지 설비 투자에 가세하면 제작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주요 장비는 품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AP시스템과 HB테크놀로지에 이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의 추가 수주에도 기대감이 커졌다. 물류장비는 에스에프에이와 에스엔텍, OLED 증착·봉지장비는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주성엔지니어링, 에스엔유프리시젼 등이 보유했다. 이오테크닉스는 플렉시블 OLED용 폴리이미드 레이저 커팅장비, 비아트론은 LTPS·산화물(옥사이드) 공정용 열처리 장비와 폴리이미드 커팅장비를 갖췄다. 영우디에스피 등 OLED 검사장비 기업도 사업 기회를 노린다.

소재 기업 수혜도 예상된다. OLED 유기소재를 공급하는 덕산네오룩스, OLED 제조용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원익머트리얼즈, 폴리이미드를 제공하는 SKC코오롱PI, 디스플레이 세정용 램프와 세라믹 부품 기업 원익큐앤씨, 디스플레이용 진공 로봇 기업 티이에스 등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