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식 혁신문화를 사내벤처에 입히고 있다. 사내벤처 육성을 강화하고 우수한 곳은 스타트업으로 독립해 성장하도록 대폭 지원한다. 지난해 8월 3개 사내벤처가 독립한데 이어 연말 4개가 추가 독립해 총 7개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가 인정한 창업 아이디어는 삼성이 꼽는 미래 먹거리와도 비슷해 주목된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통해 현재까지 7개 스타트업이 독립했다.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내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능력 있는 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리콘밸리식 혁신문화를 도입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구글, 시스코 등 실리콘밸리 기업은 사내벤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스타트업으로 스핀오프 시키는 것에 적극적이다. 사내벤처에서 나온 참신한 아이디어를 본사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도입한 C랩에서 100개 이상 과제를 진행했다. 사내 벤처로 개발하던 아이디어 중 일부는 사업부로 이관해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외부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는 스타트업 창업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8월 선정한 첫 스타트업은 이놈들연구소, 솔티드벤처, 스왈라비 3곳이다. 이놈들연구소는 신체 일부를 활용해 통화음이 잘 들리게 하는 신개념 사용자경험(UX) ‘팁톡(Tip Talk)’을 개발했다. 최근 CES 2016에 참가해 손가락을 이어폰처럼 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솔티드벤처는 개인 보행자세를 모니터링하고 교정을 돕는 스마트 깔창과 모바일 앱 ‘아이오핏(IoFIT)’을 개발하고 스왈라비는 걷기 운동과 모바일 쿠폰을 결합한 ‘워크온(WalkON)’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차로 4개 스타트업이 독립했다. 파스텔랩은 소형 프로젝션 기기와 서비스 솔루션을, 잼이지는 악기 연주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솔루션을 각각 개발한다. 블루핵은 모바일 기기 내 원하는 기능을 바로 연결하는 새로운 UX 앱서비스를, 스케치온은 피부에 원하는 이미지를 프린팅하는 기기와 솔루션을 연구 중이다.
이놈들연구소가 CES에 참가한데 이어 솔티드벤처와 C랩 사내벤처 일부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6’에 참가할 예정이다.
7개 스타트업 아이템 면면도 눈길을 끈다. UX(2개), 헬스(2개), 교육&엔터테인먼트, 피부 프린팅 등 삼성전자가 최근 강조하는 분야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라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창업지원 조건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컨설팅해 경영과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면 삼성전자에 재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용기를 주는 제도다.
이세희 솔티드벤처 이사는 “C랩을 수년간 운영하면서 이제는 삼성 내부에서도 C랩을 다들 인지하고, 도전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C랩에서 사내벤처를 하면서 사업까지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재입사 가능하다는 조건이 주변을 설득하고 안정감을 갖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C랩 출신 스타트업 현황(자료:삼성전자)>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