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로 공직선거법상 공직사퇴 시한을 넘어서면서 4·13 총선 후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총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경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경제관료 출신은 물론 산업·기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총선에 뛰어들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대내외 경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민들 경제 불안 심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19대 국회가 민생 관련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막판까지 방기하면서 큰 실망감을 안겼다. 민생을 보듬고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던 약속은 빈말이 됐다. 서민 경제를 되살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줄 ‘경제 국회의원’이 민심 확보 ‘키’로 부상했다.
◇경제 관료 출신 도전 거세다
전직 고위 경제 관료 도전이 여느 선거 때보다 거세다. 이들은 ‘전공’을 살려 민생·경제를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북 경산·청도에서 3선을 지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이 4선 도전이다. 그는 퇴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격랑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돕겠다”고 강조했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새누리당 후보로 부산 기장군 출마가 유력하다.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선언한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산업전문가로서 면모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청와대 경제비서실 행정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성남 분당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자신의 저서 ‘더 좋은 경제’를 주제로 토론회도 가졌고 판교테크노밸리를 세계적 첨단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권 전 금융감독원장 경쟁자는 경제학자 출신인 현역 이종훈 의원이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대구 달성에 출마한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경제를 살리고 경제 강국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재무부 출신인 이종구 전 의원도 서울 강남갑에 출마하며 원내 재입성을 노린다.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지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재도전한다. 국세청에서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 충남 서산·태안 재선거에 공천을 받았지만 비리 혐의로 당이 공천을 번복, 기회를 놓쳤지만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다시 국회 입성을 노린다.
관세·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이용섭 전 장관도 광주 광산을에 도전한다. 그는 경제에 밝은 정책통으로 통한다. 광주 광산을 현역은 권은희 의원이다.
3선을 지낸 김진표 전 의원도 경기 수원을에 도전한다. 야권에서 내로라하는 ‘재정 전문가’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차관에 이어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수원 전 특허청장과 이기만 전 부산지방조달청장은 각각 강원 춘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한다.
◇기업인 출신 총선행 ‘노크’ 잇따라
기업인의 정계 진출 움직임도 빨라졌다. 산업·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성공한 대표 벤처사업가로 불리는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은 최근 더민주당에 입당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더민주당이 안철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영입한 만큼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의장은 정치권에 발을 담근 배경으로 “정치를 통해 많은 벤처기업이 성공하고 또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많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기업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공을 들여 영입한 ‘고졸 신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도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대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헌 전 창조경제타운 단장은 대구 북구을 지역구에 도전한다. 황 전 단장은 대구 출생으로 계성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으며, KT 신사업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대구 중·남구 지역에선 ICT 전문가 출신 여성 예비후보 간 대결이 ‘볼거리’다. 이인선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와 조명희 경북대 융복합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새누리당 공천을 놓고 맞붙는다. 이 전 부지사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대구테크노파크 신기술사업단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을 지냈다. 조 교수는 지난 2003년 공간정보 전문기업 지오씨엔아이를 설립해 운영했다. 아시아 지리정보시스템(GIS)학회장,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을 맡은 위성 정보 활용분야 권위자다.
허원제 전 방통위 상임위원과 윤두현 전 케이블TV협회장도 각각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원희목 전 사회보장정보원장은 새누리당 서울 강남을 당내 경선에 나선다. 원 전 원장은 국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기획·개발한 ICT 전문가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서초갑 지역구에 나선다. 최 고문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처남이기도 하다. 이현희 전 KB국민카드 부사장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청주 서원구에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올해 주목되는 재계 기업인은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다.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동생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도전했다 낙선한 바 있지만 지난 2010년 재보궐 선거 충남 천안을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올해 총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역시 지난해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당내에서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대 총선 출마 예상 경제관료 출신 주요 후보(자료:국회)>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