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그 모습을 바꿔야 했다. 잦은 행정 개편으로 정책 일관성과 지속성이 사라지는 일은 국가 미래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학기술 50주년을 맞아 역대 과학기술 장관 14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혁신의 순간들’이라는 책을 낸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이 부분을 언급했다.
박 원장은 “김대중정부에 ‘과학기술처’가 ‘부’로 격상됐고 당시 초대 장관이 강창희 장관인데 그에게 거버넌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1998년 2월에 과학기술부가 출범을 했는데 IMF를 겪는 중이라 정부도 조직을 줄이겠다며 과학기술부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그 때 강 전 장관이 총리를 찾아가 과학기술 중요성을 말하며 부처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담판을 지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1967년 과학기술처로 시작해 김대중정부에서 과학기술부, 노무현정부에서 과학기술 부총리제, 이명박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박 원장은 “과학기술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재난재해, 기후변화 체제 등 글로벌 어젠다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과학기술계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부처 변동 속에서 여러 리더십이 상실된 부분이 걱정되고, 이는 앞으로 극복해야 하는 바꿔야 하는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가 확충돼야 하는 점도 강조했다. 테크노크라트는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사회나 조직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대표적 테크노크라트다. 시진핑 주석도 이공계 출신이다.
박 원장은 “테크노크라트가 과학기술이 필요한 주요 부처에서 활동하며 과학기술 산업발전 이끌었는데 현재 정부 고위관료 중 테크노크라트는 그 수가 매우 적다”며 “과학기술을 아는 관료,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국가 정책을 만들 때 참여시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해 여성 기관장으로서 여성 과기인에게 조언도 곁들였다. 그는 “주부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둘째 아이가 ‘가정주부 엄마를 갖는게 소원’이라고 말하더라”라며 “육아는 한번 시작하면 무한대의 능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시간과 능력에는 제한이 있다.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만큼 최대한으로 육아나 가정에 몰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내 일을 위해 몰입하는 적절한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원장의 저서 ‘혁신의 순간들’에는 과학기술 토대를 만든 14명의 장관이 과거와 미래를 논한다. 지나온 50년을 바탕으로 다가올 100년의 방향성이 녹아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