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노란 옷을 입은 ‘야쿠르트 아줌마’와 특유의 병 모양이 떠오르실 텐데요.
일본에서 이 병 모양을 독자적인 입체상표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있었다는 것 아시나요? 일본 야쿠르트는 지난 2008년 유산균 음료를 담는 일명 ‘야쿠르트 병’을 상표 출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특허청은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합니다. 야쿠르트 측은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에 ‘거절취소청구’를 하게 됩니다.
야쿠르트 병은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자체 식별력이 생겼다는 게 야쿠르트 측 주장입니다. 근거자료로 수요자 설문조사와 인터넷 검색결과를 제출했는데요. 일반 수요자는 ‘야쿠르트’라는 문자 없이 야쿠르트 병 모양만 보고도 이를 ‘야쿠르트 병’으로 인식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본 특허청은 야쿠르트가 유산균 음료 대명사기 때문에 설문조사에서 야쿠르트 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게 나왔을 뿐 병의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과연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야쿠르트 병’이 자체로 식별력을 가졌느냐는 점입니다. ‘야쿠르트 병’이 야쿠르트라는 문자 없이 단독으로 사용된 적이 없고 경쟁사 유사품이 있는데도 ‘야쿠르트 병’ 식별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도 이슈가 됐습니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입체적 형상을 가지는 상품에 기업 명칭이나 문자상표가 표시된 경우, 문자상표 등을 제외하고 남겨진 입체적 형상이 독립적 식별력을 획득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야쿠르트 병은 용기에 부착한 평면 상표나 도안과 동등 이상으로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므로, 식별력을 획득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야쿠르트라는 문자와 별개로 용기 모양 자체가 상표임을 인정받은 거죠. 지난 1968년 판매가 시작된 후 40년 이상 용기 형상을 변경하지 않은 점과 설문조사에서 98% 이상 수요자가 이 병 모양을 보고 ‘야쿠르트’를 상기한다고 응답한 점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이 사건 판결은 입체적 형상에 ‘야쿠르트’라는 문자 등 다른 식별력 있는 구성요소가 들어간다고 해도 입체적 형상만 분리해서 별도로 식별력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수요자는 문자상표 외에도 병 모양만으로 상품을 연상하는 실정을 고려한 겁니다.
코카콜라 병이나 야쿠르트 병처럼 글자를 읽기도 전에 먼저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오르는 입체상표.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 만 하네요.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명진 IP노믹스 기자 mj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