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향해 뛴다]<3>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이게 평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저한테는 굉장한 모험이죠. 하지만 이젠 양천구민이 멀리서도 `빨간 모자`를 보고 손들어 줍니다.”

지금껏 총선 후보자 가운데 모자를 쓴 이는 없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이벤트로 잠시 모자를 착용한 적은 있으나 프로필 사진부터 시종일관 모자를 쓴 적은 없었다. 얼굴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4·13총선을 향해 뛴다]<3>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은 이번이 첫 선출직 도전이다. 원희룡 의원 보좌관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인지도는 낮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빨간색 카우보이 모자를 택했다. 카우보이는 개척·젊음의 상징이다. `정치 신인`으로서 역동성을 드러내기도 좋다.

이 본부장이 지역구로 택한 서울 양천갑은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이 버티고 있다. 정치 신인에겐 `험지`다.

빨간모자가 이 본부장을 알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도시공학` 박사라는 전문성도 인지도 확대에 크게 거들었다. 외부에서 명성을 얻어 `금배지`를 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일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하 일문일답.

-양천갑 지역구를 택한 배경은.

▲양천구는 정치적 고향이자 국정 경험 밑거름이 된 곳이다. 동고동락해온 원희룡 제주지사가 3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오랜기간 원 지사 보좌관 역할을 해오면서 지역구 민원처리를 해왔기 때문에 지역 현안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곳에서 선택받으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8월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지역구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목동은 대만민국 최초 신도시다. 이 신도시가 30년 재건축 연한에 들어간다. 어떻게 리모델링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일산이나 분당과 같은 대규모 신도시 재건축 방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목2·3·4동에는 낙후된 구 주택지가 상당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뉴타운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개발이 무산된 곳이 많다. 또 목동은 `교육특구`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는 학부모 경제력과 사교육이 만든 특구일 뿐이다. 학교가 부족해 목3·4동 학생들이 인접 구로 등교한다. 도서관과 같은 교육 관련 인프라도 절대 부족하다. 양천 미래를 내다보는 종합적 개발 계획이 시급하다. 현행법으론 아파트 층고만 높이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신도시 및 주변지역 도시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해 양천을 새로운 교육도시로 재탄생시키고 싶다.

-지역적 이슈 외 대외 정치적 활동 우선순위는.

▲개헌 작업을 해야 한다. 1987년 이후 정치제도 정비를 못했다. 우리는 30여년간 `민주주의 실험`을 한 것이다. 현 정치제도로는 더 이상 성숙된 사회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정당과 국회의원 당리당략으로 인해 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 정치 개혁을 바라는 그룹과 손잡고 개헌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번 19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다. 2014년에는 무려 151일 동안 법안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22명 국회의원이 명예롭지 않은 일로 옷을 벗었다. 2012년 원 구성 시기도 맞추지 못했고, 지금은 선거구 획정도 처리 못하고 있다. 시작과 끝 모두 법을 지키지 않았다. 현 국회의원의 물갈이 압력이 큰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초선 의원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다수 초선 의원은 사회에서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이다. `스타성` 있는 사람은 금배지의 안락함만 누리다 간다. 이들은 비례대표로 가야 한다. 지역구 의원은 풍부한 국정 경험과 정치 바닥에서 일한 사람이 해야 한다. 개혁의 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실제 공약 실천에 나선다.

[4·13총선을 향해 뛴다]<3>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폭력은 막을 수 있었지만 국회 기능은 전혀 가동되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규제가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도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 막말하면 의원직 권한을 30일 정도 상실시켜야 한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윤리법을 만들어야 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법 앞에서 제대로 심판받는 것을 볼 때 국민도 국회의원 주장에 신뢰성을 가질 것이다.

-제주도를 `카본프리 아일랜드`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제주지역을 카본프리 아일랜드와 그린시티로 도약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앞으로 미래 신도시는 에코 프로젝트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가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갖추고, 중심 상권에는 트램이 들어서면 에코시티 조성이 가능해 진다. 양천구를 재탄생시킬 기회가 오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놔둔다면 단지별로 15층 아파트가 20층이 되는 수준에서 끝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권자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무경험을 오래했다. 양천에는 지금 진짜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디테일하게 챙기는 `실무형` 의원이 되겠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희망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겠다. 짜여진 `스펙`에 여념하지 않고 미래 가능성과 열정에 관심과 기대를 모아줬으면 좋겠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