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한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주영섭 신임 중소기업청장은 20일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살려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 과거 대기업 중심 불균형적 산업 생태계를 균형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한 주 청장은 역대 중기청장 중 유일한 기업인 출신이다. 대우전자 기획본부장을 거쳐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본텍 대표, 현대오토넷 대표 등을 지냈다.
국가 중소기업 정책을 다루는 정부기관에 대기업 대표 출신이 기관장으로 왔느냐는 주변 시선에 그는 “중소기업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간 재직했던 곳이 형태는 대기업이나 사실 그룹사 차원에서 보면 ‘을’ 지위여서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주 청장은 “과거 일했던 대우전자는 어셈블리를 많이 다뤘다. 협력사가 잘 돼야 우리도 잘 될 수 있어 당시 협력사를 쫓아다니며 애로사항을 많이 들었다”며 “GE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을 맡았을 때도 한 쪽에 너무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한국에 법인 2개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주 청장은 “어찌보면 지금 중기청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당시에도 미리 했던 셈”이라며 “대기업인이라고 해서 절대 ‘갑’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 청장은 산학연관 협력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옛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Managing Director)를 맡으면서 5조여 원 되는 예산을 지원했는 데 주관기관인 대기업 폐해가 많았다”며 “주관기관인 대기업만 지식재산(IP)을 소유할 수 있었는 데 나중에 중소·중견기업도 30%에서 50%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성공 비결은 덴소, 보쉬 등 글로벌 부품회사가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금은 도요타나 폭스바겐 등이 현대자동차를 경쟁사로 인식해 부품회사에 부품을 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만큼 한국 스스로 핵심 부품과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이 살려면 이제 중소기업을 키워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대학과 정부출연연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주 청장은 “정부가 R&D 예산을 중소·중견기업에 주려해도 막상 기술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역량을 갖춘 정부출연연과 대학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주 청장은 “예전부터 이 문제를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긴밀하게 협의했다”며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해 중소·중견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