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이 떨고 있다"

[기자수첩]"대학이 떨고 있다"

52년간 전남 여성인재 산실로 자리한 강진성요셉여고가 최근 마지막 졸업식을 했다. 행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1962년 문을 연 성요셉여고는 52회에 걸쳐 졸업생 1만750명을 배출했다. 한때 전체 학급 수가 27개에 달한 때도 있었다. 신입생이 급감하면서 2012년 4개 반, 2013년에는 3개 반을 겨우 꾸렸다. 학교 측은 갈수록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자 폐교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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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가 자율이든 타율이든 지역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메스를 들었다. 올해 프라임사업에 2012억원을 투입한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정원 이동을 위해 새로운 학과 신설, 통·폐합, 학문간 융·복합, 캠퍼스 간 정원 조정 등 학사구조·제도 개편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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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은 대규모 정부사업 유치로 학교 구조조정과 대학 체질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 대학 경영진 입장에서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사업계획서 제출 기간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파열음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에 비해 학생수와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대, 그 가운데서도 인문사회계열로 갈수록 갈등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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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는 법대와 사회대를 합병하면서 기존 16개 단과대를 14개로 줄일 계획이다. 경성대는 무용학과 폐지를 결정했다. 신라대도 무용학과, 음악학과, 미술학과 폐과 통보 방침을 세웠다. 인하대는 융합학과를 신설하고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등 문과대 일부를 축소·폐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가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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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사업은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원 조정 및 학과 개편이 사실상 자율 참여로는 어려운 데다 대학 내 구성원 간 합의기구도 마땅치 않다. 힘의 논리라면 갈등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당장 눈앞 현실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재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정부, 대학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나서 지혜를 모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