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인증이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도입됐다. 지난달 은행이 비대면 인증을 시작한 데 이어 3월부터 증권사도 참여하면서 서로 다른 금융업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한다. 비대면 인증을 시작으로 지점이나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 등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 지점수가 은행 대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증권사엔 고객 유치 창구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증권사는 3월 비대면 인증 허용에 앞서 시스템 설계와 점검에 한창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첨단 기술 활용을 검토하고 모바일 영상통화와 신분증 인증으로 비대면 인증 준비에 나섰다.
비대면 인증은 금융소비자가 금융사 지점이나 영업점 방문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금융거래 때 실명확인을 비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실명 확인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던 유권해석을 22년 만에 바꾼 것이다. 방식은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휴대폰 등으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전화상세보기, 현금카드 전달 때 신분 확인, 기존 계좌 이용, 생체인증 등으로 본인 확인 방법을 제시했다. 금융사는 이 중 두 가지 이상 수단을 사용하면 된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면서 비대면 인증을 허용했고 금융권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비대면 인증이 금융권 전체에서 본격적으로 도입이 늘 전망이다.
◇비대면 인증 증권업에 기회
3월부터 비대면 인증이 시작되면서 증권사도 바빠졌다.
지점수가 적어 은행에 영업을 맡겼던 증권사는 은행 도움 없이 고객을 모바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54개 증권사 지점은 현재 전국에 1217개에 불과하다. 반면 농협은행은 전국에 1175개 지점을 확보했다. 증권사 중 지점이 가장 많은 신한금융투자도 108개에 그친다. 농협은행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은행이 증권사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증권사로선 은행 외에도 새로운 고객 유입창구를 확보하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점이 한정된 증권사는 은행을 고객 접점 창구로 활용했지만 은행 직원으로선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인증이 시작되면 모바일로 고객을 유치하면서 은행과도 상품 경쟁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저금리 기조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은행 적금처럼 안정적이면서도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알리면 충분히 증권업계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수백만원으로 투자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도 증권사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투자증권 등이 앞 다퉈 수백만원으로도 자문투자가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액자산가나 받던 증권사 자산관리서비스를 대중화할 수 있는 기회다. 증권사는 모바일로 유입한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3월부터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져 증권사 독자적 고객 확보가 가능해 온라인 펀드판매와 종합개인계좌(ISA) 등 판매에도 긍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도 모바일이 대세
증권사가 비대면 인증에 나선 것은 고객 창구가 모바일과 PC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비대면 인증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 주식투자와 금융상품 가입 창구도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주식을 투자하거나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과거 증권사 수익 대부분을 차지했던 영업점 직원 중계 수수료는 현재 30~40%에 불과하다.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수수료가 저렴한 모바일과 홈트레이딩 시스템으로 거래를 하면서 증권사 객장 방문이 사라졌다. 증권사 영업점도 계좌 개설이나 상담업무 창구가 주된 업무가 됐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주문 매체별 거래대금 비중을 보면 코스닥시장에서 증권사 영업단말 비중은 12%에 그친다. 2011년 대비 5%P가량 줄었다. 반면 모바일 거래는 30%로 10%P가량 5년 전보다 10%P 늘었다. HTS 거래비중은 53%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도 모바일 거래 비중이 17%로 늘었고 HTS 비중도 31%에 이른다. 개인 투자가 가 모바일과 PC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KB투자증권 등이 모바일 자산관리 앱을 내놓고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이 스마트금융본부를 확대한 것도 모바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대면 인증이 허용되면 계좌 개설도 모바일로 가능해 언제 어디서나 주식을 사고팔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금융 소비자를 응대하는 창구도 은행이나 영업점뿐 아니라 편의점과 마트 등 주변 곳곳에 퍼진 창구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사도 소비자 모바일 생활 패턴을 읽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기준 주문매체별 비중
자료 한국거래소
증권사 수익구조
자료 삼성증권
KDB다이렉트 금리추이 (단위 %)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