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삼성 세탁기 부품 절반은 `러시아산`… 해외 사업 현지화 가속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부품 러시아 현지 조달률이 50%를 돌파했다. 환율 불안정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현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해외 사업 현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러시아 칼루가 공장에서 세탁기 외관 금속판, 고무마개 등을 조달, 칼루가산 세탁기 생산에 쓰고 있다. 올해는 배수펌프, 호스, 볼 베어링, 문 힌지(경첩)로 늘린다. 현지 업계는 이에 발맞춰 스테인리스 금속을 비롯한 원자재 확보에 나섰다.

러시아 칼루가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드럼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자신문DB>
러시아 칼루가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드럼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자신문DB>

삼성전자가 부품 현지 조달을 늘리는 건 비용 절감 때문이다. 한국,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물류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달러화로 결제되는 수입품과 달리 현지 루블화로 조달할 수 있다. 환 변동에 따른 원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원가 손실로 1분기 TV 사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지 산업계를 지원,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메이드 인 러시아(Made in Russia)’ 마케팅 요소로도 쓰일 수 있다.

칼루가 공장은 삼성 세탁기 연 매출 80% 이상을 일구는 중요 생산거점이다.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중앙아시아, 동유럽 일부 지역에 제품을 공급한다. 이곳에서는 LCD TV, 모니터도 생산해 러시아에서 판매 물량 전부를 댄다. 2008년 9월 본격 가동에 들어가 현재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은 2007년 첫삽을 뜬 이래 지금까지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생산에 이어 부품 조달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판매 제품 현지화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스마트폰 사업에서 보듯 국내 협력업체도 연쇄 이동해 현지에 ‘삼성발 산업 클러스터’를 이룰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고용한 인력은 올해 12만명을 넘었다. 현지에 터를 잡은 한국 기업도 4000여개에 달한다. 엠씨넥스, 한솔테크닉스 등은 베트남발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은 전체 부품 중 36%를 조달하는 데 이 중 대부분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협력업체가 공급했다.

정부의 새해 경제 운용기조도 해외 사업 현지화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를 새 기조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상품을 생산, 수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 공장에서 국내 기업이 상품을 만들어 파는 방안을 육성키로 했다. 정부가 직접 해외진출 기업을 위한 산업단지를 중국, 베트남 등에 마련, 현지 진출을 주선한다.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현지 조달을 늘린다면 협력업체도 자연스레 해당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협력업체는 현지 토착 기업과도 경쟁해야해 현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공장 개요>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공장 개요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