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사들이는 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경영체제에 힘을 싣는 것과 단기적으로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삼성카드 매각설을 시장에서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 삼성카드 지분 인수는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정리 일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되려면 중간지주사법 통과 등 넘어야할 과제도 있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보험과 카드사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했다고 한 삼성생명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최근 3년 새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6.29%를 인수했다. 또 삼성화재 지분 4.63%를 추가 취득하는 등 꾸준히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왔다.
여기에 삼성카드 매각설이 시장에 계속 나오면서 삼성카드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그룹 전반에 퍼져있다.
하나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와 중국 안방보험 등과 잇따라 삼성카드 인수합병(M&A) 관련 접촉이 있었다는 루머가 제기됐다.
이번 지분 인수는 삼성카드 매각설을 불식하는 동시에 삼성카드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이게 된 또 다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레드오션으로 변질되고 있는 카드산업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차가운 시선도 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카드산업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가계 부채 증가, 인터넷 전문은행과 같은 경쟁요소 위협으로 가장 험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여신금융 프로세스로는 더 이상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카드에 대한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하향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요건은 갖췄지만 실제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우선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중간지주사법이 계류돼 있다. 중간지주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일단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부인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삼성생명 공식 입장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