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일본 도쿄 시부야와 같은 세계적 옥외광고 명소로 만든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법 개정으로 법적 규제가 해소돼 삼성동 신사옥을 중심으로 한 명소화 추진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광고는 물론이고 전자 업계에도 ‘자율표시구역제발 특수’가 일지 주목된다.
2일 광고·전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옥광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발맞춰 신사옥 태스크포스(TF)에서 ‘삼성동 자율표시구역’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강남구, 무역협회, 이노션과 함께 계획을 수립, 연내 서울시에 자율표시구역 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가 자율표시구역제 대통령시행령을 마련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업계는 자율표시구역제가 연내 가시화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옥광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율표시구역제는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이 기초자치단체장(시·군·구청장) 신청을 받아 이를 행자부에 제출, 행자부 장관이 심사해 허가한다.
구상대로라면 코엑스(COEX), 무역센터, 아셈타워는 거대한 옥외광고 매체로 거듭난다. 거리 건축물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 마련된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예다.
현대차는 강남구, 무역협회와 함께 지난해 12월 영동대로 새해맞이 행사 ‘더 브릴리언트 카운트다운’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준공 이전 영동대로를 ‘현대차 타운’으로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목적도 있다.
현대차가 ‘삼성동 자율표시구역’ 카드를 꺼내든 건 타임스스퀘어, 피카딜리서커스에서의 옥외광고 경험 때문이다. 단순한 대형 영상 노출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동작인식 센서 등과 결합한 ‘복합 매체’로서 가능성을 봤다. 이노션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옥외광고, 미디어아트로 쌓은 노하우를 영동대로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참여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세계적 대도시에서 옥외광고를 집행했다.
삼성전자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은 뉴욕이 등장하는 영상물에서 빠지지 않는 명물이 됐다. 이곳의 LG전자 전광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한 고객 체험형 매체로 쓰이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전면을 대형 LED로 꾸며 미디어아트로 이목을 끌었다.
업계는 자율표시구역제가 단순한 전광판 설치가 아닌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대형 사업인 만큼 대기업 참여를 필수로 꼽는다. 제일기획(삼성), 이노션(현대차), HS애드(LG), 대홍기획(롯데), 오리콤(두산) 등 대기업 마다 광고 계열사를 두고 있어 사업 추진 여건도 좋다.
전자 업계에게는 디지털 사이니지와 같은 하드웨어(HW)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LED 사이니지 전문 업체 ‘예스코’를 인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대형 전광판 사업에 필요한 HW 기술을 획득했고, 소프트웨어(SW)에서도 ‘스마트 사이니지 솔루션’을 독자 개발,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자율표시구역제 시행령이 나와야 기업마다 구체적 움직임이 시작되겠지만 현대차가 자율표시구역제에 일찍 관심을 가졌다는 건 국내에서도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TF 구성 등 자율표시구역 관련 대응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표](가칭)삼성동 자율표시구역 추진 개요 (자료:업계)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