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K씨는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항공권을 예매하기 위해 외국 항공 A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여느 때처럼 장애인을 위한 화면 낭독 프로그램이 모니터에 표시된 정보를 대신 읽어줬다. 기계가 읽어주는 정보에 따라 K씨는 회원가입 후 원하는 항공편을 발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든 인증 절차를 완료하고 예약 직전에 컴퓨터는 입을 닫았다. A 항공사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정보접근성은 항공편 조회까지였다. 예약 기능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K씨는 주변 도움이 필요했다.
국내 취항 주요 외국항공사(이하 외항사) 대부분이 정보접근성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이병돈)가 공동 실시한 ‘스마트 정보접근성 평가’ 결과, 주요 외항사 10곳의 정보접근성 평균 점수는 64.43점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이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단 의미다.
이번 정보접근성 평가는 △기술성 평가 △사용성 평가 △자동툴 평가로 이뤄졌다. 홈페이지 소스 점검·자동 도구 이용 등 기술 평가에 실제 장애인 이용 만족도를 더했다.
◇장애인도 평등하게 웹·모바일 이용해야
정보접근성은 장애인이 불편 없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미래기술연구센터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장애인도 평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국내 취항 주요 외항사 10곳을 평가 대상으로 뽑았다. 평가는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이뤄졌다.
◇1위 타이항공과 꼴찌 필리핀항공, 모두 개선 필요
평가 결과 국내 취항 주요 외항사 대부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종합점수(77.1점)를 기록한 타이항공과 최하점(40.8점)을 받은 필리핀 항공 모두 점수 분류표에 따르면 ‘미흡’에 해당한다.
평가 대상인 10개 외항사 중 타이항공(77.1점)이 최고점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하와이안항공(76.9점) △에어프랑스(74.9점) △캐세이패시픽(70.2점) △아나항공(69.9점) △일본항공(69.8점) △동방항공(62.6점) △에어아시아(54.1점) △싱가포르항공(48.0점) △필리핀항공(40.8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자동 평가 프로그램으로 검사한 ‘자동툴 평가’ 결과는 준수했다. 시각·지체장애인이 실제 이용 후 평가한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특히 싱가포르항공은 자동툴 평가와 장애인 사용자 평가 격차가 36.9점까지 벌어졌다.
◇쇼핑몰과 외국계기업, 여행사 등 추가 평가 예정
이번 외항사 평가를 계기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평가센터는 “지속적으로 대상을 넓혀 정보접근성 평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상 중인 평가 대상은 대형 쇼핑몰과 주요 외국계 기업, 여행사, 병원 등이다. 의료와 쇼핑 등 생활 제반 분야부터 IT 서비스 이용까지 우리 사회 정보 접근성을 두루 살필 계획이다.
이번 ‘스마트 정보접근성 평가(외국 항공사편)’ 결과와 평가 방법이 담긴 샘플 보고서는 전자신문 리포트몰(http://report.etnews.com)이나 미래기술연구센터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를 통해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