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근 자기부상열차 대부 "과제 안끊겼으면 상용화 10년 앞당겼을 것"

김인근 박사
김인근 박사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끝까지 밀어줄 용의가 없었다면, 일 자체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자기부상열차 대부로 불리는 김인근 전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개발 국책사업단장이 3일 인천국제공항서 열린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개통식 참석차 귀국해 풀어놓은 얘기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자기부상열차 정부 지원이 한동안 중단됐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두고 한 말이다.

[인터뷰]김인근 자기부상열차 대부 "과제 안끊겼으면 상용화 10년 앞당겼을 것"

김 전 단장은 1989년 연구개발 시작 때부터 자기부상열차개발 국책사업단장직을 맡아 1998년까지 10년간 R&D를 진행했다. 결국 정부 예산이 끊겨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서 제너럴 아토믹사에 들어가 다시 10년간 자기부상열차를 연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80년대 말 일본 오사카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뒤 잠시 귀국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과학기술부(현 미래부) 공무원으로부터 자기부상열차 개발 제안을 받았습니다. 요소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죠. 그게 한국서 연구를 시작하게된 계기입니다.”

김 전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대전 엑스포가 끝난 직후 기계연구원 내 시험선로 설계 및 건설을 떠올렸다. 시험선로가 제작되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이 과제는 ‘죽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뭔가 보여줄 거리가 있었기에, 과제가 존속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7년 전 개발을 시작한 자기부상열차가 인천국제공항 노선에서 운행되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국내서 R&D 할 때 예산이 꾸준히 주어졌다면 상용화를 10년 정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기부상열차 국내 1인자였지만, 마냥 예찬만 하지는 않았다. 현실적인 면과 미래 지향적인 면에서 장단점을 비교하며 의견을 제시했다. 경제적인 것과 친환경성, 승차감, 속도 등을 두루두루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저속 열차를 상용화하는데 20년 넘게 걸렸습니다. 고속열차도 그 정도 걸릴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 얘기하듯 시간과 돈 투자 대비 성과로 본다면 바퀴식을 개발하는 게 논리에 맞겠지만 과학기술 측면서 본다면 그렇질 않습니다. 길게 봐야합니다.”

덕담도 건냈다. “당시 자기부상열차를 개선하고 실용화를 위해 애쓴 후배 과학기술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후배님들 감사합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