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작년 영업익 11조 사상 최대…에너지신산업 등 책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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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해 영업이익 11조원을 넘기며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많이 번 만큼 이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도 관심을 모았다.

한전은 4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 58조9577억원, 영업이익 11조3467억원, 순이익 13조41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에 비해 매출은 1조5000억원, 영업익은 두 배, 순이익은 네 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흑자전환 이후 계속해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불과 4년 전에 1조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기업이라곤 믿기 힘든 실적이다.

최대 실적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2015년 3분기에 이미 영업이익이 8조60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도 전체 영업이익(5조7876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4분기에 2조6787억원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면서 10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순이익은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금액이 지난 3분기부터 반영되면서 크게 늘었다.

유가하락 영향이 컸다. 원전과 석탄 등 기저발전소가 정상가동하는 상황에서 저유가와 함께 유연탄과 LNG가격도 저가를 유지했고, 도매시장가격도 하락 안정세에 겨울철 전력판매가 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호실적이 계속되면서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공언한 5만원선은 이제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목표주가로 6만원 중후반대를 내세우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예비율 안정과 연료비 인하 등 한전에 복합적 호재가 작용하고 있다”며 “대형 설비 공장이나 전기요금 인하와 같은 큰 변수만 없다면 계속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 부지 항공 사진
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 부지 항공 사진

한전을 둘러싼 전반적 업황 자체가 긍정적이다. 안으로는 국가 전체 발전 설비량이 늘면서 예비율 증가에 따른 전력도매시장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밖으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연료비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저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일시적 호재가 아니다. 국가 발전설비는 올해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새로 들어설 대용량 설비가 줄을 섰으며 2011~2013년과 같은 전력부족 사태는 당분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제유가는 보합이냐 반등이냐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지만, 반등을 하더라도 과거처럼 배럴당 100달러선을 오가는 수준은 예견되지 않고 있다.

유일한 변수는 전기요금 인하지만 전력당국 차원에서 한번 내리면 인상하기 힘든 전기요금의 특성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전 실적과 총선 이슈에 따른 일부 인하 압력도 예상되지만 실질적 금액 인하보다는 누진제 조정과 같은 간접적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전 호실적이 계속되면서 후방산업 성장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조환익 사장 체제 이후부터 대표적 동반성장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흑자경영으로 돌아서면서 부터는 협력업체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 과감한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본사 이전지인 나주 혁신도시 에너지밸리 조성과 에너지신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지난 1년간 한전은 나주 혁신도시를 세계를 대표하는 에너지+ICT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기업 유치와 인력 양성, 각종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에너지 핵심 정책인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 다수 사업에서 중심 사업자로 마중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벌어들인 만큼 후방산업 육성에 자금을 아낌없이 쓰고 있는 셈이다.

한전, 작년 영업익 11조 사상 최대…에너지신산업 등 책임도↑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 전경 가운데로 보이는 한국전력 본사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 전경 가운데로 보이는 한국전력 본사

그만큼 협력회사 인식도 좋아졌다. 조환익 사장 체제부터 갖춰진 전기공사 즉시 대금 결제는 관련 업종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는 부분이다. 전기공사 투자도 늘어 협력사 일거리도 많아지다 보니 공사가 없어 불만을 토로하는 곳도 줄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유지보수만 추진하고 공사 시장 악화로 협력사 간 인수합병을 지켜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켜봐야 할 대목은 에너지신산업 성과다. 에너지신산업은 국가 정책이긴 하지만 사실상 한전 차세대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전기라는 하나의 상품으로만 경영을 하는 한전 입장에선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정치적 리스크가 적은 또다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전 수익구조가 앞으로도 전기요금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남는다면, 향후 원가 가격변동에 바로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한전이 에너지밸리를 조성하고 에너지신산업 선봉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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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