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조…정유4사 저유가속 `화려한 부활`

2014년 7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정유업계가 지난해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체면을 세웠다. GS칼텍스의 제3 고도화시설 야경.
2014년 7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정유업계가 지난해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체면을 세웠다. GS칼텍스의 제3 고도화시설 야경.

2014년 7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지난해 5조원을 거둬들이며 부활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손실이 컸지만 강세를 보인 정제마진으로 발생한 이익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영업이익은 2011년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영업이익이 업계 전체 70%를 차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4일 2015년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4사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107조5990억원, 4조792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510억원 손실을 기록한 전년 대비 5조5000억원가량 늘어나 흑자전환했다. 연간으로는 6조9000억원을 벌어들인 2011년 이후 최대다.

주력사업인 정유 사업의 부활이 주효했다. 2014년처럼 유가 하락장이 연출돼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재고평가손실이 올해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줬지만 원유와 제품가격 차이인 정제마진이 이를 막았다. 국내 도입 비중이 높은 중동산 유가가 연중 최대 54% 하락했지만 휘발유, 경유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4사가 정유사업에서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업계 전체 영업이익을 69.4%를 책임지며 업황 개선을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TAC필름사업 정리, 미국 광구 지분가치 평가로 약 3500억 등 손실요인이 있었지만 영업이익이 2조원에 근접했다. GS칼텍스는 2014년 업계 최대인 4000억원대 손실을 딛고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현대오일뱅크은 사상 최대 실적과 동시에 1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고인 5%를 달성했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가 다소 부진했다. 정유업계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3334억원으로 상반기 3조4592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상반기 8443억원에서 하반기 331억원으로 줄어들 에쓰오일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은 올해 정유업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신영증권은 올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익을 2조5000억원으로 상향했다. 하나금융투자는 GS칼텍스 영업익이 1조8000억원으로 개선된다고 봤다.

정유업계는 올해 저유가에 따른 휘발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호조를 예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유업계는 올해 저유가에 따른 휘발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호조를 예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휘발유 정제마진이 저유가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반적 강세를 보이는 등 업황이 지난해보다 좋다는 판단이다. 특히 저유가 효과 외에도 투기적 구매수요가 가세해 정제마진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제품 공급도 글로벌 순증설이 하루 40만6000배럴에 불과하고 설비 증설 규모도 폐쇄 규모를 크게 뛰어넘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주 원료인 나프타도 글로벌 수요증가량이 공급증가분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휘발유 마진 강세에 따라 혼합용도 수요가 늘고 있어 업계에 수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실적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최근에는 주력인 석유사업에서 성과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재고평가방식 차이도 있지만 원유 도입 전략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업황과 더불어 원료 구매 방식이 실적에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0→5조…정유4사 저유가속 `화려한 부활`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