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유업계가 이르면 이번 2분기부터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린다. 주요 수요기업은 도입량이 올해 안으로 경제 제재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산 원유 수출로 중동 산유국 간 원유 수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사실상 도입선 다변화 효과로 보고 도입비용 절감을 기대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란산 원유 도입 확대를 위해 수송·보험 등 제반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2분기 안에 도입 물량을 늘린다. 도입물량을 연말까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이란으로부터 하루 12만배럴 규모 원유를 들여왔다. 정제설비 규모가 하루 39만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도입 원유 가운데 이란산 원유 비중이 30%에 달했다. 경제 제재 조치 이후엔 하루 4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료 구매 비용 절감을 기대했다. 현대오일뱅크 고도화비율은 업계서 가장 높은 39.1% 수준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질유 사용량이 많다. 이란 중질유 수입 확대는 활용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선택이다. 경제 제재 아래서도 이란과 거래를 유지했기 때문에 수입 물량을 늘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경제 제재로 이란산 원유 구매량이 줄었지만 회사 정제 설비를 감안하면 이란산 중질유가 활용도 측면에서 좋다”며 “그동안에도 거래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수송, 보험 등을 제외하면 물량확대에 큰 어려움이 없고 약간의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단계적 비중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 제재 이전 전체 원유도입량의 최대 15%를 이란으로부터 들여왔다. 제재 이후 절반수준으로 줄었지만 현재 도입 물량 확대를 전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산 원유와 함께 컨덴세이트도 눈여겨 보고 있다. 컨덴세이트는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초경질원유로 등유, 프로판, 부탄, 벤젠·톨루엔·자일렌(BTX),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등을 얻을 수 있다. 활용가치가 크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카타르가 물량 85%를 공급하고 있어 우리로선 가격 협상력이 낮다. 미국산 컨덴세이트를 들여오고 있지만 현물(스폿) 형태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란이 시장에 가세하면 경쟁에 의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이란의 한국 원유 수출량은 지난 2011년 8720만배럴에서 2014년 4600만배럴로 절반가량 줄었다. 업계는 빠르면 올해 6000만~700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현재 하루 50만배럴 규모 원유 수출 재개를 앞뒀다. 올해 하반기께 추가로 50만배럴을 생산·수출할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원유 생산 시설 8~10%가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원유 재고량은 최대 5000만배럴로 추정된다. 이는 약 3개월간 수출이 가능한 물량이다. 이란산 원유 도입 확대는 우리 정유업계 원가 절감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 원유 시장 가세는 원유를 구입해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우리 정유업체 구매 비용 절감을 의미한다”며 “석유, 석유화학 제품이 다시 이란으로 수출될 기회도 생기는 등 업계 전반에 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