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2012년 전면 제한 이후 4년 만이다. 업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어느 쪽으로든 정책 결정 방향에 따른 파장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에서 정부부처, SW·IT서비스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SW산업진흥법 검토 회의를 열었다. 정부 측은 SW산업진흥법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와 공공 정보화사업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가 자리했다. 업계는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관련 협회·단체가 참여했다.
청와대 회의는 2012년 6월 공공 정보화 시장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 후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문제점에서 마련됐다. 법 시행 후 대기업은 공공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견기업이 기회를 얻었지만 낮은 정보화 예산으로 인해 수익률은 개선되지 않았다. 발주기관은 프로젝트 품질 저하 문제를 겪었다.
◇SW진흥법 재개정 논의 이유는
전자정부 수출 사업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SW진흥법 재개정 논의를 촉발했다. 지난해 우리 전자정부 수출은 사상 처음 5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성장률은 5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50%를 웃돌았던 증가율이 최근 2년 연속 10%대에 머물렀다. 수출을 주도했던 대기업이 국내 전자정부 개발은 커녕 유지보수도 수주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대기업은 해외 전자정부사업 입찰에 참여하려 해도 레퍼런스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외 정부가 인지도 높은 대기업을 선호해 중소기업은 참여 기회가 적다. 유지보수 등 일부 사업에서라도 대기업 참여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T서비스업계는 공공 SW시장 대기업 참여 허용을 반긴다. 금융 등 정보화 시장 침체로 사업 확대가 시급하다. 해외 진출 방안도 필요하다.
◇미래부 “재개정 불가능하다”
청와대 회의에서는 찬반양론이 대립했다. 참석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미래부는 SW산업진흥법 재개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신산업 등 특정 영역을 제외하고 대기업 참여 허용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공공 시스템통합(SI) 시장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중소·중견업체는 논의가 나오는 과정조차 불만스럽다.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해당제도 변경에 따른 효과를 측정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보호기조가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토양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SW업계는 SW분리발주 확대를 전제로 유동적 입장을 보였다. 조풍연 상용SW협회장은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허용을 찬성하지만 지식재산권 보장과 분리발주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제한 완화 여부는 불확실하다. 대기업 참여 폭을 넓히더라도 중소·중견기업 보호 기조를 감안하면 전면 허용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말 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 공공 SW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것처럼 소폭 수준 완화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