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온라인 등에서 비대면 본인 확인으로 3월부터 증권사 계좌 개설이 가능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서로 눈치만 보며 시스템 구축을 미루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앞다퉈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안성 테스트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 NH, 삼성,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키움, 대신증권 등은 비대면 본인 인증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과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허용되는 3월에 맞춰 서비스를 가동할 방침이다. 대형사는 모바일 마케팅 계획까지 짜놓은 상태다. 비대면 인증 허용으로 만들어진 고객 유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형사는 사정이 다르다. 시스템 구축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마케팅 전략을 갖추지 못한 것이 요인이다. 실제 전체 57개 증권사 중 20여 곳은 아직 비대면 인증 관련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이 적은 중소 증권사에 비대면 본인 인증은 개인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도 “내부적으로 시스템 구축이나 외부 협력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인증 시스템 도입을 위해선 추가로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데 시스템 구축은 커녕 현재 온라인에 대응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대형 증권사 도입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곳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섣불리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고객이 기대만큼 유입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며 “선행 증권사 시스템 도입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도 적극적으로 모바일에 대응하는 곳도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은 자산규모가 6000억원대인 중형 증권사지만 비대면 인증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대형사와 함께 3월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비대면 인증 시스템 도입은 증권사별 개인 고객 양극화를 더 부추길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고객에게 제대로 대응 못하면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며 “모바일 유입 고객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고객은 한번 신뢰하면 채널을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이를 만회하기 어려워 증권사 간 고객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증권사 자산 총계 (단위:원)>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