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공기업 해외 자산 매각 ‘딜레마’…값어치 떨어져 보유하느니만 못할수도

자원개발 공기업 해외 매입 광구나 지분참여 프로젝트 매각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 정치권이 조속한 매각절차를 요구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현금화를 통한 부채 감축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실제로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세계적 불경기로 매각 대상 자산·프로젝트 가치가 반토막 나면서 “팔아도 원금 보전이 안 되고, 갖고 있느니만 못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글래드스톤 액화기지에서 처리된 가스가 LNG선으로 선적되고 있다.
글래드스톤 액화기지에서 처리된 가스가 LNG선으로 선적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3사에 따르면 최근 국제 자원·광물시장 전반에 번진 가격하락 여파로 이들 공사 해외 부실자산 매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안에 해외사업 매각을 통해 가시적 부채감축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원 공기업 해외자산 매각은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MB(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실패 논란과 함께 공기업 경영혁신 및 부채감축의 일환으로 3사는 다수 해외자산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날(NARL)을 매각한 것 외에 별다른 추가 매각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도 호주 볼리아와 화이트클리프, 페루 셀레딘 광산 탐사 사업 등에서 철수한 것 외엔 이렇다 할 매각·철회 실적이 없다. 가스공사는 캐나다 C사업 지분 10%를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 5% 추가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인 것 외에는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없다.

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정부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자원개발 추진체계 전반을 개편해 남아있는 부실자산에 대한 매각과 해당 공기업 업무기능을 조정해나갈 방침이다. 연내 자원개발 부실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가 실렸다.

자원 공기업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동안 실적도 미미하고, 시장이나 가격 상황은 매각에 있어서는 최악의 타이밍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공기관 관계자는 올해도 계속 매각 작업을 추진하겠지만, 구매의향자와 가격조건이 맞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모로 매각 조건도 꼬이고 있다. 매각 작업 초기에는 우리나라 공기업이 정책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선다는 소문이 글로벌 시장에 퍼지면서 협상 주도권을 놓쳤다. 최근엔 전 세계적 자원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까지 엎친 데 덮친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 자원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른 자원 가격까지 동반하락하면서 우리나라 해외 자원·자산 매각 협상력은 계속해서 추락했다.

일각에선 실익이 없는 매각에 매달리기보다 유지하는 전략적 선택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계적으로 가격 회복이 되는 시점까지 기다리고, 생산이 시작돼 운영보조비만 들어가는 광구는 유지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가격 회복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 공기업 관계자는 “고유가 시기에 세계 에너지기업이 여러 자원개발 프로젝트 투자를 진행, 이제 막 생산하는 단계에 있다”며 “생산 개시 광구를 바로 감산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시장가격은 공급조절보다는 수요회복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해외석유·가스분야의 개발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자원개발 서비스산업 또한 그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해외석유·가스분야의 개발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자원개발 서비스산업 또한 그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다.
암바토니 니켈 사업 플랜트 건설 현장.
암바토니 니켈 사업 플랜트 건설 현장.

<자원공기업 해외사업 철수 현황(자료:각사 취합)>


자원공기업 해외사업 철수 현황(자료:각사 취합)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