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아파트는 겨울철에 전기요금 폭탄을 조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겨울철 아파트 내 밀폐 공간 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행정 예고 때문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건강친화형 주택의 건설기준’ 및 ‘친환경 주택의 건설기순 및 성능’ 개정안에 따르면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은 기계환기설비(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할 때 바이패스 기능(급·배기 모두 설치)을 갖추고 기온이 2도로 내려가면 작동하는 용량 600W 이상 프리히터를 설치해야 한다. 반면에 자연환기설비와 혼합형 환기설비에는 결로 등에 별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개정안을 공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맞춰 기계환기설비에 프리히터를 설치하면 평균기온 2도 이하로 내려가는 겨울철(12월~2월)에는 자동 작동한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12월~2월 평균 기온은 2월 하순을 제외하고는 2도 이하로 나타났다. 프리히터가 하루 8시간씩 30일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월 사용전력은 144㎾h(600W×8시간×30일)다.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가정용 저전압 요율을 적용하면 프리히터 순수 전기요금은 월 1만4230원이다. 가구당 평균 전기사용량을 추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약 499㎾다. 499㎾를 가구 평균 전기사용량을 요금으로 환산하면 12만9790원이고 프리히터 전기사용량 144㎾를 추가하면 전기요금은 누진제 적용을 받아 25만2040원으로 급등한다. 아파트에 프리히터를 설치하면 겨울철에 12만2250원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또 겨울철 아파트 전 세대에서 프리히터가 가동되면 전기 부하 용량을 초과해 단전 원인이 된다.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새로 해야 하고 가구 내 전기배선도 다시 해야 한다.
평균기온이 높아 프리히터가 작동하지 않는 봄·여름·가을에 쌓인 먼지는 화재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전열교환기 업체는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개정에 따른 전열교환기 산업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 같은 문제점을 들어 국토부에 개정 반대 민원을 제출했다.
비상대책위원회 회장단으로 활동 중인 장동식 티아이씨 대표는 “시험기관이나 학회·협회 등의 연구실험을 거쳐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근호 힘펠 부장은 “과거 일부 건설사가 기계환기설비에 히터를 자율적으로 설치한 적 있는데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고 전원차단장치가 자주 작동하는 등 효과보다는 문제점이 많아 보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개정안은 학계와 건설업계, 제조업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고 의견을 듣기 위해 행정예고 했다”며 “규제심사와 입법절차를 거처 상반기 중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행정예고 이후 전기요금 관련 문제점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어 추가로 의견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