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대덕과학문화센터 매각과정과 고층오피스텔 건축승인에 대한 실수

김동찬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단장
김동찬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단장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된 지 40여 년이 됐다.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과학도시로 발전을 자처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중심에 위치한 대덕과학문화센터(옛 롯데호텔)는 2003년 목원대에서 매입하기 전에는 호텔과 콘서트홀, 아트홀, 볼링장 등을 갖추고 있었다. 대덕연구단지를 찾는 국내외 방문객 교류의 장, 문화, 휴식 공간으로 큰 기여를 했던 장소다. 과학인과 주민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공간이다.

대덕과학문화센터는 대덕연구단지 역사성, 상징성과 더불어 과학인 정서가 서린 중심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덕연구단지 전경.

2003년 과기부는 대덕특구본부 설립 건설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대덕과학문화센터를 목원대에 268억원 매각했다. 목원대는 매입 초기 일부 대학교육시설로 사용하다 철수해 버리고 그간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왔다.

목원대 측 얘기는 이곳이 상업지역으로 돼 있어 대학교육시설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대학시설 부지로 형질 변경하려 했지만 땅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목원대 측은 매각을 목적으로 대전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해 2014년 9월 대전시 건축심의위원회로부터 대덕과학문화센터 장소에 19층, 17층 2동의 오피스텔 건물 건축승인을 받았다. 2015년 8월 목원대는 서울 부동산 개발업체와 470억원에 매매계약이 이루어졌다. 오는 16일까지 잔금이 납부되면 당초 매입가에 비해 200억원 이상 더 받게 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덕과학문화센터 고가 매입을 고려할 때 고층오피스텔 건축 시 분양가는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고 벤처기업이나 일반 연구원이 입주할 곳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에 과학마을 또는 과학거리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덕과학문화센터-공동관리아파트-복지관-국립과학관을 연계하는 거리는 대덕연구단지 역사성과 상징적인 거리로서 대덕과학문화센터가 핵심 출발점이다.

이곳에 고층오피스텔 건축을 승인함은 대전시 공무원 실수 내지는 과학도시에 대한 안목 결여다. 특구법상 대덕연구단지를 관리하는 대덕특구본부 관리 소홀로 간주된다.

대덕연구단지 전 현직 과학인으로 구성된 주요 단체를 비롯한 여흥민씨 종친회, 지역주민 대표가 모여 지난해 7월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덕과학문화센터 설계인 초청강연회 개최, 고층오피스텔 건축을 반대하는 5000여명의 서명 등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를 위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덕과학문화센터 위치에 고층오피스텔 건축승인이 법적하자는 없다고 하지만 과학도시, 대덕연구단지를 위해서는 매우 비정상적 행위다.

건축법 4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을 건축하는 자는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시도시사에게 건축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목원대는 건축물을 건축하는 자가 아니고 매각하려는 의도로 신청해 건축승인을 득했고 매각가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전시 건축심의위원회 위원 18명 중 대덕연구단지 과학인이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법적요건을 따지기 전에 상식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진흥재단은 특구법 제34조(특구관리계획의 수립) 및 미래부고시(연구개발특구 상업구역 관리계획), 제35조(토지의 용도 구분), 제36조(건축행위의 규제)에 대해 관련 법을 적용해 관리했다면 고층오피스텔 건축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2011년 대덕과학문화센터가 위치한 유성구 도룡동 일대가 도룡지구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구역 내 상업지역은 대전시 건축조례에서 건축물 층고를 12층 이하로 제한했다. 목원대 소유 대덕과학문화센터는 재정비촉진지구 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건축물 고도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대덕과학문화센터는 대덕연구단지 내 여타 건축물처럼 쉽게 허물고 아무 건물이나 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대덕연구단지 역사성과 상징성 그리고 과학인 정서가 서린 장소를 허물고 연구단지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고층오피스텔을 건축승인하는 건 미래 과학도시를 자처하는 대전시 실책이다. 반드시 재고가 필요하다.

유성구청 허가 단계에서는 이런 실책이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동찬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단장 dckim@ko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