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는 너무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였다.”
100년 전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며 예측한 ‘중력파’가 최초로 확인됐다. 2009년부터 중력파 검출에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은 12일 서울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호텔에서 중력파 직접 검출 기자회견을 열고 중력파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인 미국 라이고(LIGO)를 중심으로 한 15개국 협력연구단인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연구단은 중력파 검출에 기여했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대 등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만들고 라이고 연구에 참여해왔다. 2014년 정부 지원 연구가 끝난 뒤로는 각자 개인 연구비를 투입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김영민 부산대 박사는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 참여자 빼고는 다 안 될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바라봤다”며 “처음에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 믿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믿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연구단은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중력파원 모델링에 기여했다. 온라인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과 성능 향상, 실시간 데이터 잡음 제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품질 향상 알고리즘 개발과 구축 등에 참여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첫 신호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한국 연구단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됐는데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very interesting event)’란 제목의 이메일이 LSC에서 지난해 9월 14일 한국 시간 오후 8시에 왔다”며 “너무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였다. 회원들과 공유하고 흥분해서 거의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연구단은 새로운 개념의 검출기인 저주파 검출기 소그로(SOGRO)로 관측할 계획이다. LIGO와 Virgo가 고주파 검출기로 10~1000㎐를 검출하고 LISA는 아주 낮은 주파수 대역의 검출기로 0.0001~0.1㎐를 감지한다. 소그로는 비어있는 대역인 0.1~10㎐사이의 저주파를 검출한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교수)은 “중력파는 천체 관측의 새로운 창을 연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강한 중력장과 관련된 많은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KGWG는 초전도 기술을 이용한 3차원 검출기를 사용하고 지하에 건설, 3차원 구조를 이용해 지진 잡음을 제거해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력파는 빅뱅, 은하 충돌, 초신성 폭발, 블랙홀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폭발이나 충돌과정에서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주위 중력에 변화가 생기고 이 출렁임이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것이 중력파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으나 실체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력파는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측정이 매우 어려워 직접적인 검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력파 검출이 어려운 이유는 파동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측정기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잡음을 줄여야 한다. 지진학적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사 거울이나 검출기 등을 지구의 진동을 최대한 감쇄시킬 수 있도록 보호한다.
LIGO는 2010년 10월 20일에 통산 여섯 번째 과학가동을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감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업그레이드 된 Advanced LIGO(aLIGO)는 훨씬 좋아진 관측 감도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아인슈타인 예측 100년만에 중력파 찾아...우주 새로운 `눈`으로 관측
아인슈타인이 예상했던 중력파 존재가 100년 만에 확인됐다.
중력파는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폭발이나 충돌과정서 가속운동을 하게 되면 시공간에 출렁이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 출렁임이 빛의 속도로 우주공간에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중력파라고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파 존재를 예측했으나 실체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은 라이고과학협력단(LSC)과 유럽 비르고(Virgo) 협력단이 공동으로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형목 단장은 “아인슈타인이 100년전 일반 상대론에서 예측한 중력파 존재가 확인됐다”며 “우주를 보는 창이 새롭게 열린 미증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단은 2015년 9월 14일 미국 동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위치한 라이고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 중력파를 검출했다.
라이고 관측소는 미국과학재단(NSF)이 지원했다. 미국 칼텍과 MIT가 검출기 건설과 운영을 맡고 있다.
LSC는 90여 기관과 1000여 명의 전세계 과학자들이 검출기 핵심기술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만들어 LSC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2009년부터 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연세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에서 20여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 연구에서 KISTI는 라이고 데이터 그리드와 연동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공했다. NIMS는 온라인 분석 SW, 실시간 데이터 잡음 제거 SW, 데이터 품질 향상 알고리즘 등을 개발했다.
비르고협력단은 EU에 속한 19개 연구그룹 250여 명의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태양질량의 36배와 29배 되는 블랙홀이 충돌 직전까지 가까워지며 0.15초동안 나온 신호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관측된 중력파 진동수 범위는 30~150㎐였다. 중력파 최대 진폭은 대략 1광년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변하는 폭인 10-21, 자료분석 결과 가짜신호일 확률은 500만분의 1이하였다.
중력파 검출로 인해 천문학자들은 천체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천문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빛을 관측하는 방법으로 천체를 연구해 왔다”며 “이제는 빛으로 알수 없는 강한 중력장 부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