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가 올해 24조원으로 추산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유치를 놓고 칸막이 없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ISA 판매에 한해 은행 투자일임업을 허용했고 금융업종 비대면 일임계약도 허용했다.
14일 금융위원회는 ISA 운영에 한해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고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르면 내달 초부터 은행의 투자일임업 등록신청서를 접수해 내달 말께 등록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일임업은 투자회사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유가증권에 대한 고객 투자 판단을 맡아 고객을 위해 투자하는 업무다. 그동안에 투자일임업은 종합자산관리계좌인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운영하는 증권사와 전문 투자일임업체에만 허용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내달 14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ISA에 한해 은행이 신탁형과 일임형 ISA를 모두 팔 수 있도록 투자일임을 허용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법으로는 은행은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어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없고 소비자는 은행에서 신탁형만 가입할 수 있다”며 “세제혜택이 부여된 ISA에 한해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 은행 투자일임업 등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시장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증권업계도 ‘국민 재산늘리기’란 취지에 맞게 이를 수용할 방침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업계에서도 ISA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부분적 투자일임업 허용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은행이 일임형 ISA 판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은 원금보장형 저축 상품인 신탁형 외에도 투자성향에 따라 손실위험이 있는 일임형 ISA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지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과 PC 등 온라인에서 비대면 일임투자 계약도 허용된다. 은행에 비해 지점수와 펀드판매자 수에서 열세에 있던 증권사도 온라인에서 계약자 유치가 가능해진 셈이다. 증권사 지점수는 1217개로 은행 지점수 7305개 대비 6분의 1에 불과하다. 펀드 판매 자격증을 갖춘 인력도 은행이 9만3000명을 보유한 반면에 증권은 2만3000명에 그친다.
황 회장은 “투자자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증권업계에 일임형 ISA의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됐다”며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한 증권사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가 마무리 되는 4월부터 은행과 동일하게 비대면 본인확인 및 계약 업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올해 ISA계좌 자산 규모가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황 회장은 “우리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은 첫 해 가입률이 15.8%에 달해 이를 국내에 적용하면 800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며 “전체 가입자가 300만원씩 납입한다면 2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도인출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후 150조원 규모 자산이 형성된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