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는 위험요소는 다양하다. 국제유가와 유럽발 은행 부실, 중국 경제 위기론, 북한 리스크 등 커다란 이슈에 거시환경 위험을 알리는 각종 지표까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지난주 글로벌 증시는 이러한 위험요소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다행히 중국 시장이 춘제 연휴로 휴장해 골이 깊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우리나라 증시도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바로 타격을 입었다.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12일 코스닥은 2011년 8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글로벌 리스크도 있지만 북한발 위험 재등장이 투자자를 위축시킨 게 컸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국지전 위험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국내 금융당국은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자금이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국가 정책 기조 전환, 국제유가 하락, 주요국 정책 대응 등이 맞물려 자금 이동 속도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견고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어 장기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단기 외채 비중이 작년 3분기 기준 29%로 낮고 4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 외화 수급 여건도 양호하다. 특히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충격이 와도 3개월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가 낙폭을 만회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그동안 소외받던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미국·유럽 증시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1만5000선이 무너지는 등 최악의 한주를 보낸 일본 증시는 15일 하루에만 1000P 이상 상승하며 1만6000선을 회복했다.
중국 증시는 긴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첫 날 우려와 달리 낙폭을 줄이며 보합세로 마감했다. 1월 수출입 지표가 시장 예상을 큰 폭으로 하회하며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감은 여전했지만 중국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떠받친 영향이 컸다.
글로벌 증시가 잠시 안정을 찾는다고 안심할 여유는 없다. 터지지 않은 뇌관은 그대로 둔 반짝 호재일 가능성이 높다.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락하거나 유럽발 은행 부실 장기화가 현실이 되면 언제든 하락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시도 당분간은 해외 불안요소에 더해 북한이라는 시한폭탄을 달고 지내야 한다. 여기에 꽁꽁 언 투자심리까지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