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배기량이나 크기 등 외형을 기준으로 자동차를 선택하던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다.
같은 크기라도 퍼포먼스가 확실히 뛰어나면 소비자가 그 가치에 기꺼이 추가비용을 부담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IT 스펙에 따라 차를 선택하는 이도 많아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 트림별 분포가 고르게 형성되고 있다. 메인 트림 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SM6 사전계약 대수는 지난 14일 기준 5000대를 넘었다. 그 중 35%가 1.6 터보엔진을 장착한 1.6TCe 모델이다. 전시장에 전시도 시작되기 전 계약물량이어서 정확한 평가는 어렵지만 2주간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치다.

1.6TCe는 배기량은 적지만 터보엔진을 장착해 2.0GDe 모델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연비도 높다. 대신 가격대는 200만원가량 비싸다. 2.0GDe SE 2640만원, LE 2795만원, RE 2995만원인데 비해, 1.6TCe는 SE 2805만원, LE 2960만원, RE 3250만원이다.
르노삼성 중형세단인 SM5만 해도 소비자가 가격이 높은 1.6TCe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파악된다. SM5의 1.6TCe 판매 비중은 1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2.0 엔진을 선택했다. 이제는 가격이 올라가도 퍼포먼스를 올리는데 소비자가 지갑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관계자는 “과거에는 트림 선택 치우침이 심했으나 지금은 연령별, 성별, 용도별로 고르게 나뉘는 분위기”라며 “성능을 우선시하는 고객은 1.6TCe를, 소음진동(NVH)을 싫어하는 여성이나 시내주행용을 선택하는 고객은 2.0GDe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계약량 1만대를 넘어선 K7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올 뉴 K7은 세타II 2.4GDi, 람다II 3.3GDi, R2.2 e-VGT(디젤), 람다II 3.0LPi 엔진으로 구분된다. 사전 계약은 3.3 가솔린이 24%, 2.2 디젤 21%, 2.4 가솔린이 41%, 3.0 LPG 14%로 이뤄졌다. 메인은 2.4 가솔린이지만 과거 K7 3.3 모델 계약이 1%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3.3 가솔린과 2.2 디젤에는 기아자동차가 내세우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으며 3.3 가솔린엔진은 성능 또한 개선됐다. 외형은 비슷해도 성능과 취향에 따라 고객 선택이 고르게 형성된 셈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3.8 엔진보다 3.3 트윈터보 엔진이 높게 나왔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고급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쇼퍼드리븐뿐만 아니라 오너 드라이버 층도 공략하기 위해 고성능을 앞세운 3.3 터보 모델을 내놓았다.
수입차에서도 크기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디자인·IT 성능 등 차량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액센츄어가 미국·중국·한국 등 12개국 1만4000명 운전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신차 구매시 주행 성능(14%)보다 차량내 네트워크 설비 기술을 우선적으로 고려(39%)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