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SW `경단녀`, 육아·가사에 전업주부 내몰린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채용 프로그램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채용 프로그램

육아와 가사 벽에 막힌 여성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전락한다. 급변하는 기술과 기업 구조 때문에 재취업도 어렵다. 사회 문제인 저출산·고령화와 SW개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경단녀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자는 205만3000명으로 집계된다. 기혼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이른바 ‘경단녀’다. SW 부문을 포함한 출판, 영상, 방송통신, 정보서비스 영역 경력단절 여성은 전체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30.5%), 도소매업(16%), 교육서비스업(13.4%)과 비교해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은 경력단절 여성 비중이 적다. 여성 종사자 수가 적어 모수가 낮은 탓이다. ICT 영역 여성 종사 비중(18%)은 전체 업종 평균(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종별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ICT 영역도 타 산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하는 업종도 방송통신·정보서비스 등 ICT 영역은 1.4%밖에 안 된다. 도소매업(20.9%), 제조업(16.8%), 교육서비스업(14.7%)과 비교해 최대 10배 이상 낮다.

ICT 영역 경력단절 여성 활용이 더딘 이유는 산업 특성에서 기인한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SW업계는 육아와 가사 부담을 안은 기혼여성을 꺼린다.

단시간 근로제,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 실시율도 SW개발 업종은 평균 29.5%를 차지했다. 통신서비스(31.3%), 제조업(36.7%) 등과 비교해 낮다. SW부문 여성 종사자 가운데 관련법이 규정하는 산전후휴가 90일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절반에 가까운 42.5%를 차지했다.

SW업종 경력단절자 퇴직 이유
SW업종 경력단절자 퇴직 이유

출산·육아 지원 부족은 기혼여성 개발자의 퇴사로 이어진다. SW정책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기혼 여성 SW개발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여건 불만족(35.5%), 육아·가사(26.3%)가 주를 이뤘다. 반면에 남성은 여건 불만족(47.8%), 직장 휴업 또는 폐업(19.4%)를 차지해 대조를 보였다.

김정민 SW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경력단절 개발자를 위해 원격개발 환경 논의도 진행되지만 발주기관이 보안을 이유로 쉽게 맡기지 않는다”면서 “이를 담보할 개발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한 원격 혹은 자택 근무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고민한다. 미래부는 지난해 말부터 ‘SW중심 사회 조기 확산을 위한 여성인재 수급 활성화’의 일환으로 SW분야 경력단절 여성 채용 방안을 모색한다.

SW업종 경력단절 여성 채용 프로그램
SW업종 경력단절 여성 채용 프로그램

인력 채용에 정부 역할이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민간 기업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용 ‘마켓플레이스’가 필요하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하는데 필요한 교육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은 채용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단순한 직업소개소가 아닌 신뢰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