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8)놓치기 쉬운, 초등 1학년 필수 준비 사항

[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8)놓치기 쉬운, 초등 1학년 필수 준비 사항

3월. 이제 또 입학 시기가 됐다. 3년 전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던 그때. 나름 뭔가 중요한 것을 준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준비하려니 뾰족이 떠오르는 게 없었다. 가방, 신발주머니, 색연필, 스케치북, 크레파스, 물티슈, 휴지, 소형 쓰레받기 등 학교에 비치하고 매일 쓸 물건들은 입학한 첫날, 담임선생님이 준비물 리스트를 나눠 주신다. 따라서 학교에서 사용할 필수 준비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초등 1학년 생활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필수 사항’이 있었다.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봐도 그 당시에는 들을 수 없었던, 말해주지 않으면 미리 생각하기 어려운 ‘꿀팁’을 공유코자 한다. 생각해 보니 선배 엄마들이 얘기 해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손에 잡히는 준비물은 쉽게 생각이 나는데, 본인들도 몰랐고 닥쳐서 정신없이 지나가 버린 일이라 짚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선배 엄마가 된 나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곱씹어 보니 나도 모르고 지냈지만, 이런 준비를 미리 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준비 사항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필수 준비 사항.

첫 번째, 입학 전에 엄마와 손잡고 학교에 도보로 가보고 ‘만날 장소’ 정확히 정하기.

1학년 1학기 정도까지는 하교 시 엄마 등 보호자가 학교 앞에서 아이를 픽업해 귀가 하는 경우가 많다. 1,2학년이 동시에 끝나서 하교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아이가 좁은 교문을 통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어떤 때는 아이와 길이 엇갈려 한참을 찾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아이와 함께 학교 앞까지 걸어가 보고 하교 후, 엄마와 만날 장소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막연하게 교문 앞 이라고 하지 말고, 직접 걸어가서 교문의 어느 쪽인지 정확한 장소를 아이의 눈과 발로 확인하게 해둔다. 그러면 아이와 엇갈리는 일은 없다.

이와 동시에, 엄마나 어른이 늦을 경우를 대비해서 ‘엄마가 안 오더라도 정한 장소에 서있어,’ 또는, ‘집으로 걸어오는 노선을 약속하고 엄마가 늦어질 때는 약속한 노선으로 걸어서 집에 오도록’ 하는 규칙을 정해둔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렇게 미리 규칙을 정해두면 아이와 엇갈려서 가슴 졸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 몇 분 늦어진 적이 있었다. 그 날 따라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고 아이를 만나지 못해서 학교 안팎으로 ‘아이 찾아 삼만 리’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울고 나도 가슴 졸였던 일이 생각난다.

두 번째, 학교 사물함에 여분의 필통 한 세트 넣어두기.

1학년 아이들이 제일 많이 읽어버리는 것이 필기도구이다. 필통에 아무리 잘 챙겨줘도 어느 새 텅 빈 필통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필통을 집에 두고 학교에 가져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학기 초에 여분의 필통을 따로 준비해 아이의 학교 사물함에 넣어두도록 한다. 물론 필통 안에 연필, 지우개, 볼펜, 네임펜 등을 다 채워서.

나도 이런 준비를 하지 않고 1학년을 보냈다. 한번은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가 있는 날이었는데, 물감과 붓, 물통은 준비하고 깜박 잊고 필통을 안 챙겨 학교에 간 일이 있었다. 학교 가는 도중에 생각이 나서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연필을 빌렸었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 되는지 함께 준비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런 모든 경우는 사물함에 항상 비치한 가득 채워진 필통으로 해결된다. 미리 알았었더라면 많은 경우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준비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세 번째, 매일매일 가방 확인하기와 조그만 물건에도 이름 명기하기.

가방확인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체크 사항은, 필통과 알림장이다. 알림장은 대부분 매일 확인 한다. 그런데 필통은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필통 체크 시 확인할 것은, 잘 깎여진 연필이다. 연필이 자주 부러지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항상 4자루 정도의 잘깍인 연필이 들어있어야 한다. 엄마가 알림장 확인할 때, 아이가 직접 필통의 연필을 확인하게 하자.

또한, 조그만 물건에도 이름을 명기해야한다. 학교에 비치할 물건들에는 당연히 스티커나 견출지에 이름을 써서 보관한다. 이때 딱풀의 뚜껑에 이름을 붙이지 않아 뚜껑만 여러 개 돌아다닌다며 당부하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아이의 학교 물건에 이름을 붙일 때 떨어져 있는 뚜껑에도 잊지 말고 이름을 명시하자.

네 번째, 젓가락질 연습.

1학년 입학한 다음 날부터 학교 급식이 나온다. 1학년부터 급식 시에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이용해야한다. 포크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젓가락으로 급식을 잘 먹게 되지만, 미리 연습해 놓으면 훨씬 편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사각지대. ‘줄넘기.’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1학년 1학기 때부터 줄넘기를 한다. 물론 점수에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태권도 학원 등을 통해 줄넘기를 배운 상태라서 학교에서 줄넘기를 할 때 무리 없이 잘 해낸다. 이 때 자기만 못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위축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태권도장도 다니지 않아서 줄넘기를 안 해 본 상태에서 입학했고, 선생님이 갑자기 ‘줄넘기’ 수업을 한다고 하자 아이도 나도 당황했었다. 아이가 자기 말고 세네 명 정도만 줄넘기를 못한다며 불평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부터 부랴부랴 매일 줄넘기 연습을 했다.

줄넘기야 말로 집에서 주말에만 연습해도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인데 몰라서 준비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줄넘기를 안 해본 아이라면 지금부터 주말에 줄넘기를 연습해보자. 나의 경험과 1학년을 보낸 선배 엄마들의 소중한 조언을 바탕으로 ‘겪어보지 않고는 미리 생각하기 어려운 1학년 준비사항’을 짚어보았다. 초등1학년을 준비하는 엄마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칼럼리스트 정인아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하고, 삼성탈레스,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육아/교육 칼럼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