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을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 됩니다. 100년 전을 생각해 보세요. 일본은 서구 문물에 눈을 떴지만 우리는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요.”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양자암호통신을 포함한 양자산업 육성 필요성을 100여년 전 ‘경술국치’에 빗대 설명했다. 신기술 중요성을 모른다면 우리는 낙오의 쓴맛을 다시 볼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그는 양자물리학 관련 논문을 200여편이나 저술한 이 분야 권위자다. 미국 전기전자협회와 물리학회 석학회원이기도 하다.
안 교수는 양자암호통신이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누군가 도청을 시도하면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현존 통신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더 중요한 점은 도청을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자’의 오묘함이 있다.
그는 “미시세계 법칙이란 우리 상식을 벗어날 때가 많다”며 “이게 바로 양자역학”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현 광통신은 양자 일종인 광자를 집단으로 전송해 정보를 전달한다. 한 번 전송할 때 수 십, 수 백조개 광자가 이동한다. 양자암호통신에선 광자 한 개가 이동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집단에 묻혀 드러나지 않던 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양자에는 불확정성·복제불가능성·얽힘이라는 3대 성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양자물리학 특성이 발휘되면서 양자암호통신은 도청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양자가 지극히 미세한 존재여서 하나만 따로 떼어 내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양자를 다루는 기술이 진보를 이룬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미시세계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양자암호통신도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다만 아직 양자를 다루는 솜씨가 원숙하지 않다.
그는 “양자암호통신을 이루는 기본기술은 이미 다 개발됐다”며 “세계 각국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양자산업 중요성을 간파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2020년까지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 안타까운 점은 주변국 투자액이 우리나라를 훨씬 넘어선다는 것이다. 자칫 양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 교수는 “미국은 연간 조단위 투자를 하고 있고 중국이나 일본·유럽 등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양자기술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며 “상용화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몇 배 투자액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