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이 삼성의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확대 차원을 넘어 VR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기존 사업과 VR 간 융합에 대한 고민도 이어진다.
삼성 사장단은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에서 구윤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그룹 전무로부터 ‘VR의 미래’ 강연을 들었다. 구 전무는 VR 시장동향, 응용처를 소개하며 VR 사업 방향을 거론했다. 그는 에릭슨에서 멀티미디어, 전략마케팅을 담당하다가 2012년 11월 삼성전자에 합류, 모바일 신사업을 찾고 있다.
구 전무는 “몰입감과 현장감은 VR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면서 “공간 및 시간 제약으로 인한 제약을 해소한다”고 역설했다. 경제력과 상관없이 교육, 여행, 의료, 직업훈련 등에 VR를 응용하면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장동향에 대해 그는 “구글 카드보드 발표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업계가 인수·합병(M&A), 투자, 인력 확보로 VR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LG전자 등 주요 기업마다 지난해부터 VR 기술과 콘텐츠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VR 시장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는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구 전무는 “콘텐츠를 촬영, 공유, 소비하는 3단계가 필요하다”면서 “삼성전자 VR 사업 목표는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삼성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스마트폰에 끼워 파는 수준이 아니라 VR가 자생력을 갖춰 시장을 형성하도록 이끌겠다는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산업에 적용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면서 “반도체에서도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산업계 안전교육에 활용성이 엿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VR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박중흠 사장은 낮은 해상도를 확산 조건으로 꼽았고,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콘텐츠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과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장(사장)은 각사 사업에 적용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 사장은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해 실생활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사장단에게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어VR’와 ‘갤럭시노트5’를 제공, VR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일찍이 VR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 제휴, 지난해 기어VR를 출시했다. 삼성벤처투자는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했다. 업종과 주력 분야도 일본 포브(기기), 캐나다 버블(촬영), 뉴질랜드 8i(콘텐츠), 미국 바오밥스튜디오(콘텐츠)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VR 콘텐츠 공유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미국 WEVR에도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으로 출범한 삼성전자 모바일인핸싱팀은 VR 생태계 구축을 맡는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MWC 2016에서 갤럭시S7과 함께 VR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구윤모 전무는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VR 역량을 넓히고 있다”면서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 콘텐츠 전송에 필요한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 등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표]삼성이 투자한 VR 기업 (자료: 업계)
[표]VR 시장 규모(단위: 억달러, 자료: 한국정보화진흥원)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