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계가 미국과 일본 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식각·연마 장비 국산화에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식각·연마 장비는 반도체 전 공정의 핵심 장비다. 국산 장비가 외산을 대체하면 수천억원대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지난해 신규 사업 영역인 식각 장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이 회사의 주력 전 공정 장비는 세정 분야다. 지난 몇 년 동안 식각 장비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본격 발생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세메스 매출이 10% 이상 식각 장비에서 나올 정도로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각은 노광으로 새겨진 회로 패턴이나 증착 공정으로 얹어진 박막을 화학 또는 물리 반응을 이용해 깎아 내는 공정이다. 지난해 물리적 식각 장비로 매출을 올린 세메스는 추후 화학적 식각 장비도 공급할 방침이다. 식각 장비 시장은 미국 램리서치가 세계 1위로, 50% 이상 점유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TEL)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각각 30%, 10% 점유율로 램리서치의 뒤를 따르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 장비가 주력인 케이씨텍도 지난해 말 화학기계연마(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데모 장비를 새로운 고객사 신규 공장에 공급했다. 기존 고객사 외 신규 고객의 물량 확대 기대감이 높다. CMP는 웨이퍼 표면을 패드에 압착하고 이 사이로 산화물이나 금속 계열 연마제를 흘려준 뒤 패드를 고속 회전시켜서 절연막이나 금속 배선을 평탄화하는 공정이다. AMAT가 50% 이상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케이씨텍은 현재 기초 장비인 CMP를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텅스텐, 구리, 옥사이드 전용 CMP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R&D에 땀을 흘리고 있다.
노광을 마친 후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찌꺼기를 제거하는 애싱(Ashing) 장비 분야 1위인 피에스케이(PSK)는 에치백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 수주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에치백은 노광 공정 없이도 증착 막질의 식각 선택비 차이를 활용해 원하는 형태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패턴 구현은 어렵지만 생산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에치백 시장은 AMAT와 TEL이 양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장비 업계 식각, CMP 장비는 약 5~7년의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고객사 양산 라인에 적용된 것으로,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증착이나 세정 장비를 넘어 외산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식각, CMP 장비 분야 성과는 수입 대체는 물론 장비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 측면에서 굉장히 고무된다”라고 말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새로 추진하는 전 공정 장비는 아직 완성도나 품질이 외산 장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일정 점유율 이상을 획득할 경우 외산 업체들의 특허 소송 같은 견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