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 해외 세일즈맨의 눈물과 노하우

`영업자의 진심은 어떠한 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해외 세일즈맨의 애환과 노하우를 다룬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다산, 314p)가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30년간 삼성에서 근무하며 해외 영업 현장의 일선에 있었던 세일즈맨의 애환과 노하우 등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 유재경씨가 부서 통합 등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매주 한 편씩 보냈던 `위클리 메일`을 엮은 것이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퇴직 후 회사라는 배경이 없어졌을 때도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진심 세일즈 비법`을 전한다.

삼성 임원 출신의 유재경씨는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영업 현장에서 30년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힘은 어떤 테크닉이 아닌 `유연함`과 `진심`이었다"고 소개했다.
삼성 임원 출신의 유재경씨는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영업 현장에서 30년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힘은 어떤 테크닉이 아닌 `유연함`과 `진심`이었다"고 소개했다.

유씨는 30년간의 직장 생활 대부분을 해외 영업 부문에서 종사했다. 그동안 약 지구 100바퀴가 되는 거리를 돌며 `영업자의 진심`이야말로 국경을 초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깨우쳤다. 5년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초대 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남미 시장을 개척했고, 이후 뉴욕 주립대(STONY BROOK)의 정보통신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임원 초기에는 5년간 독일에 주재하며 유럽 판매법인장을, 귀국 후에는 사업팀장, 영업팀장을 거쳐 사업부장, 글로벌 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의 수많은 해외 주재원 중에서도 감성이 먼저 작동하는 `브라질`과 이성을 더 중시하는 `독일`, 이렇게 민족성이 극과 극으로 다른 국가를 모두 주재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는 게 현장의 얘기다.

저자 유씨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영업 현장에서 30년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힘은 어떤 테크닉이 아닌 `유연함`과 `진심`이었다`고 소개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 해외 세일즈맨의 눈물과 노하우

◇다음은 저자 유재경씨와의 인터뷰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부터 2014년까지 30년간 삼성에서 근무했습니다. 삼성 근무 중 개발, 제조 등을 총괄하는 사업팀장, 사업부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브라질, 독일에 각각 5년씩 주재생활을 하는 등 대부분의 기간을 해외영업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일에서 낸 성과로 평가 받는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여느 임원들과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만, 남들과 좀 다르다는 말을 들었던 것은 나름대로 `정이 있는 따뜻한 조직`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회사가 친목단체는 아니므로 일로 인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는 조직을 만들자`고 말했고, 그를 통해 `몸살 나게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해외 주재원으로서 뿌듯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영업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주재원으로서 뿌듯했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당연히 공을 들여서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성사되었을 때, 놓쳤을 때입니다. 브라질에 주재하던 시절, 거래를 트기 위해 그 회사가 새로운 공장을 지어서 이전할 때 기념식수를 해주는 등 공을 들인 끝에 500만달러짜리 첫 오더를 받고 상파울로로 돌아오던 저녁. 혼자 운전하던 차 안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던 날.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외교관이나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에게는 치안이나 생활환경이 안 좋아서 오지로 지정된 나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업을 위해 해외로 나간 주재원에게 있어서 오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진정한 기준은 `생활 환경`이 아니라 `시장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프리카, 중남미처럼 생활환경은 좀 열악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은 오지가 아닌 반면, 선진국이라도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면 오지라고 볼 수 있겠죠. 영업환경이라 함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생산품목과 주재지역의 산업이 얼마나 연관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1990년대의 브라질 주재 시절, 브라질 마나우스가 오지로 지정되어 있는 등 치안을 감안하면 생활환경은 열악했지만, 신규 거래선 개척 면에서는 저에게 좋은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당시 브라질 시장에는 TV, 위성방송 수신기 등의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고, 우리 회사는 마침 그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유럽 주재 시절에는 생활환경은 선진국이지만 영업환경은 오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주로 휴대전화기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어렵게 거래를 개시한 독일의 Siemens, 프랑스의 SAGEM 등이 당시 한국, 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서 (당시는 아직 중국업체들은 시장에 나오기 전이었음) 휴대전화 사업을 중단하면서 결국, 유럽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업체였던 Nokia 단 한 회사만 남았으니 영업환경 면에서는 오지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자녀교육 문제는 어땠나.

▶저는 아들 둘이 있습니다만, 애들 교육 문제는 주로 아내에게 맡겼던 점은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브라질로 가게 되었는데, 하나의 언어체계가 잡히기 전에 현지에서 한국어, 영어, 포르투갈어를 동시에 접하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네 살이 될 때까지 `엄마` `아빠` 이외의 어떤 말도 할 줄 몰라서 애태웠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항상 출장이 잦았던 업무 특성상 애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서 저만의 독특한 부자간 대화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것은 제가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부분에는 밑줄을 그어서 흔적을 남기고, 다 읽은 뒤에는 책의 맨 뒷장에 읽은 날짜와 함께 `讀了`라고 명기해 놓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언젠가 아들들이 제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으면 아버지가 몇 살에 어떤 대목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부자간에 간접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아들들이 제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이 방법은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 실력이 아무래도 중요할 것 같다. 어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중국어 vs. 영어)을 소개해달라.

▶제가 입사하던 1985년에만 해도 전자업계의 신입사원들은 모두 일본어를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그만큼 전자업계에서 일본업체들의 위상이 막강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초에 5년간의 유럽주재를 마치고 귀국해서 사업팀장을 맡게 되었을 때 제가 놀란 것은 팀의 엔지니어 200여명 중,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직원은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 반면,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인력은 1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어로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외국어 공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환경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언어에 대한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 책에도 제가 브라질에서 온종일 직원들과 포르투갈어만을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4개월만에 포르투갈어로 상담을 하게 된 사례와 부장으로 본사 귀국했을 때 영어 구사를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고 `일년간 사무실에서 영어만 사용하기` 활동을 통해 전원이 영어 등급을 올린 사례를 소개했습니다만, 국내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시 회화 녹음을 듣는다거나 여가시간에 그 언어로 된 영화를 보더라도 한글 자막이 나오는 부분은 화면을 가리고 본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제가 했던 방법은 눈앞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머리 속에서 해당 언어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 어떤 일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한국어가 아닌 제가 공부하고 있는 언어로 머리 속에서 생각하고, 운전을 할 때라면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만 해당 언어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해외영업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 (총괄적인 영업맨들의 자세 포함).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은 `집요함`, `친화력` 등등 많이 있겠습니다만, 특히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저는 `사고의 유연성`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주재했던 브라질과 독일은 국민들의 성향이 거의 정반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에 따라 다른 브라질.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모든 것은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결정되는 독일. 그렇게 완전히 상이한 두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결국, 내 쪽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즈니스 상담이라는 것이 연극 대사처럼 서로간에 약속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담을 들어가기 전에 큰 목표만 정해놓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매 순간 유연하게 대응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외에 각 국가별로 문화가 다르므로 그에 대한 공부는 당연히 필요하겠죠.

-이제 사회를 처음 시작하는 초년병들에게 선배로서의 조언 한마디.

▶첫째,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신입사원에게 `당신 자신을 프로라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저는 아직 배우는 입장이어서 프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이렇게 말해주곤 했습니다. `당신이 첫 월급을 받은 순간, 당신은 이미 프로가 된 겁니다.` 그리고는 월급을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라도 빨리 일을 배우라고 독려하곤 했습니다. 저는 이를 `학교와 회사의 차이를 기억하라`는 말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학교는 돈을 내면서 다니는 곳이고 회사는 돈을 받으면서 다니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요.

둘째, 한 계급 높은 위치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원이면 과장의 위치에서, 과장/차장이면 부장의 위치에서, 부장이면 임원의 위치에서 회사 일을 보고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자세를 갖기를 권합니다. 그런 자세로 일하다 보면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남들보다 훨씬 덜할 것이고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르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첫 번째 이력서는 내 손으로 썼지만 언젠가 쓰게 될 두 번째 이력서는 남의 손에 의해 쓰여진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말은 남들이 나를 보는 평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부하의 공을 가로채서 자신이 한 것처럼 하는 간부, 부하 직원은 짓밟으면서 상사에게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간부… 이런 사람들이 단기간은 처세술이 좋은 듯이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사람이 되고 맙니다. 회사 생활은 항상 `내가 조금 손해 보는 게 낫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 남의 손에 의해 쓰여질 나의 두 번째 이력서가 좋은 내용으로 가득 하리라 믿습니다.

넷째, 자기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종교인들이 말하는 `십일조`처럼 제 수입의 일정 부분을 자기 개발에 사용한다는 자세로 생활해 왔습니다. 매년 백 권의 책을 읽었고,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도 졸업했고, 부장시절 잦은 출장으로 외국어 학원을 다녀서는 다른 학생들과 수업 진도를 맞출 수 없는 점을 감안해서 선생님을 저녁에 회사로 모셔서 개인 수업을 받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투자한 것만큼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