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SCO 자금 지원 부활 놓고, 업계 의견 분분

정부가 2년 만에 대기업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에 대한 자금 지원 부활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ESCO 활성화 차원에서 대기업도 정책 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개선론과 중소 ESCO가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은행권 관행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적용된 지하주차장.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적용된 지하주차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ESCO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운용자금이 남는 문제를 풀려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던 대기업 ESCO에 정책자금 지원을 재시행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러더라도 중소기업 우대 기조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대기업 ESCO에는 사업비 50%만 지원해 차별화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거엔 매년 배정된 ESCO 정책 자금을 6:4 또는 7:3 비율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해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모든 ESCO 자금은 전액이 중소기업 ESCO에만 지원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배경은 대기업 ESCO가 정책자금으로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정부 자금으로 시설을 설치한 곳에서 또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이중지원 사례가 국회에서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건물의 기계나 시스템을 교체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이때 들어가는 투자비를 에너지 절감분으로 회수하는 것이 바로 ESCO 사업의 핵심이다.
공장이나 건물의 기계나 시스템을 교체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이때 들어가는 투자비를 에너지 절감분으로 회수하는 것이 바로 ESCO 사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대기업 ESCO 자금 지원을 제외시키자 지난해 배정된 2250억원 중 30% 가까이 소진되지 못하고 남았다. 보통 3~4월이면 대부분 소진됐던 것이 지난해에는 약 1600억원만 사용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도 2월까지 2차 자금신청 기간이 종료됐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ESCO 정책 자금이 쓸모없이 방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 ESCO와는 일정 차별을 두되 대기업 ESCO도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ESCO가 수행할 역량이 부족한 대규모 공정개선 등 사업에 대기업 ESCO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겠다는 계산이다. 정책자금을 쓸 수 있는 중소기업 ESCO는 해당 사업 수행능력이 없고, 대기업 ESCO는 정책자금을 쓸 수 없어 사업을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 같은 움직임에 중소기업 ESCO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지난해 정책자금이 소진되지 않은 것은 대기업 ESCO 배제 때문이 아니라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ESCO 사업 자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돈 빌려주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ESCO는 부채비율을 낮추고자 에너지절약시설 사용자에게 에너지 절감을 통해 10년 간 받아야하는 비용을 매출채권으로 은행권에 판매해 왔다. 그러나 ‘에너지 절감량’과 관련된 소송을 의식한 은행권에서 ESCO 매출채권을 구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중소기업 ESCO 사업비 확보를 막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ESCO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기업 ESCO가 정책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SCO사업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진단을 하고 있다.
ESCO사업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진단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정개선 등 에너지절감 효과가 큰 사업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 ESCO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대기업 ESCO 지원 배제가 국회 차원에서 권고된 내용이기 때문에 최종 바뀔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최신 LED조명으로 교체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최신 LED조명으로 교체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