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SW)업계 공공시장 의존도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간 시장을 장악한 외산기업을 피해 고정적으로 사업이 발주되는 공공시장으로 몰린다. 장기적으로 기업 자생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벤처기업협회 ‘중소ICT 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 패키지 SW기업 매출 중 공공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5.5%다. 중소 ICT기업 평균(7.4%)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평균(15.7%)보다도 약 10% 높다. 타 산업과 비교해 공공 매출 의존도가 가장 심하다.
공공시장은 수요예보 등으로 사업 규모가 예측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사업도 상당수로 안정적 수익을 담보한다. 민간 영역에 비해 중소기업 우대 정책도 다양하다.
영세한 패키지 SW기업은 공공시장에 의존한다. SW 기업 중 연 매출 50억원 미만 기업은 전체 80%가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이 주도한 민간 영역에서 생존이 어렵다. 운용체계(99%), 웹브라우저·DBMS(90%) 등 핵심 기업용 솔루션 모두 외산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SW와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국산 솔루션 업계에 큰 힘이다.
우려할 점은 중소 패키지 SW기업 공공 매출 비중 심화다. 2012년 19.7%였던 공공매출 비중은 2013년 16.4%로 개선됐다. 2014년 25.5%까지 큰 폭으로 오르며 쏠림현상을 보였다.
중소기업에 공공시장은 생존 수단이다.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공공시장은 특성상 규모가 크게 늘지 않는다. 참여업체는 갈수록 늘지만 시장규모가 뒷받침 못해 출혈경쟁이 발생한다. 실제 올해 공공부문 SW·ICT 장비 사업규모는 3조6827억원으로 전년대비 83억원 감소했다.
업체 성장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아 대체 시장 발굴에 소극적이다. 중소 패키지 SW기업 90% 가까이가 수출 실적이 없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 등으로 조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매출 성장이 더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재현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패키지 SW분야 공공매출 비중은 타 산업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며 “공공시장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성장유인을 줄여 중견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 SW기업 관계자도 “SW기업 스스로도 공공시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영역이라는 고정관념과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크다”며 “공공시장 매출만으로도 10억~50억원 매출 달성은 가능해 이곳만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패키지 SW기업 중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보안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없다. 한글과컴퓨터 등 대표 SW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조차 공공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시장 의존도가 높다. 공공시장이 민간·해외시장 진출 마중물이며 최종 목적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최우혁 미래부 SW산업과장은 “정부는 올해부터 하도급 제한제도를 실시해 공공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업체를 퇴출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공정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업계는 공공시장 성장을 발판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