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터빈이 주목받으며 발전용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원천기술은 독일과 미국, 영국 등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틈새시장에라도 발을 담궈야 하는 이유다.
◇ 국내 가스터빈 개발 지지부진
국내 가스터빈 산업은 1980년대 제공호 전투기 창정비로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차세대 전투기 국산화 사업 일환으로 외국사 가스터빈 면허생산을 하면서 부품 국산화 비율을 50%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나 가스터빈 분야는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전략 산업이어서 기술이전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 정부가 지원한 1㎿급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이었다. 그마저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자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초기 국내 가스터빈 산업을 주도했던 삼성항공은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을 겪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으로 사명까지 변경했다. 최근엔 경영권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상태다.
국내 업체도 최근 분위기를 인지,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를 시작했다. 항공용은 부품을 면허생산하고 있고, 군수 항공용은 차세대 전투기 면허를 받아 국내서 조립하고 있는 단계다.
발전용 부문은 두산중공업이 미쓰비시 면허를 받아 생산하다 지금은 중단하고, 국가 지원사업으로 독자모델을 개발 중이다.
◇발전시장 급성장
미국과 영국 군수산업에 뿌리를 둔 항공기 가스터빈 시장은 현재 미국 GE, PW(Pratt & Whitney)와 영국 롤스로이스(Rolls Royce)가 연평균 420억달러 규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발전기 가스터빈 시장은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전력 공급원이 원자력, 석탄과 함께 천연가스 비중이 확대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은 연간 150억달러 규모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Siemens),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가 독점하고 있다.
국내 발전량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는 천연가스 발전 발전용 가스터빈은 약 120기가 운영 중이다.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했다.
발전용 가스터빈 가격은 1기당 6500만달러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설비 운용에 필요한 소모 부품 교체비용도 연간 1800억원 수준이다. 이 또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간 GE, 미쓰비시 등 해외 면허생산을 통해 발전용 가스터빈을 공급해 왔다.
◇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
극심한 침체기에 놓인 국내 산업 활로로 주목받는 분야가 가스 터빈이다. 조선, 자동차 등 대표적인 중공업 분야 제조업은 성장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집약적인 사업 구조를 기술집약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발전용 및 항공용 가스터빈이 주목받는 이유다.
가스터빈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때문이다. 기존 연료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발전용 가스터빈 수요가 증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선 2015년 10월 역사상 처음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석탄발전을 추월하기도 했다.
◇국내선 누가 연구하나
한국기계연구원이 최근 가스터빈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의료 및 산업용 로봇기술과 함께 기관 대표 사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가스터빈 완제품 개발 산업체가 10년 후 세계적인 가스터빈 제조사로 도약하고, 부품 및 기술 중심 중소·중견기업이 가스터빈 관련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체인에 진입하는데 필요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발전용 가스터빈 120기를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지원 미션도 연구항목에 들어있다.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가스터빈 연구센터장은 “최근 한계에 도달한 국내 노동 집약적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5∼26일 이틀간 덕산 리솜 스파캐슬에서 한국추진공학회와 공동으로 ‘국내 가스터빈 산업의 국가 성장동력화 전략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